[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폭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반도체에 집중된 지수 구조와 외국인 매도, 레버리지 상품 청산이 맞물리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되는 등 검은 화요일로 기록됐다.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84%(732.09포인트)내린 6023.66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982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4조3060억원, 6780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13.39%, SK하이닉스는 14.65% 급락했다. 이외의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7.72% 내린 705.82로 마감했다.
◆중국 DUV 자체 개발과 AI 투자 확대 우려 겹쳐
삼성증권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 우려와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 주요 이벤트를 앞둔 위험 회피 심리가 미국 반도체 시장에 반영됐고 이러한 흐름이 국내 시장으로 옮겨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기업이 DUV 노광장비 생산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반도체 자립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했다. DUV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다. 중국이 관련 장비를 자체 조달하면 서방의 장비 수출 통제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
다만 삼성증권은 중국 장비의 기술적 완성도를 고려하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 즉각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 변화보다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에 따른 위기 심리를 주가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하락을 이끈 원인으로 꼽았다. 오라클과 알파벳,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등 주요 AI 기업 대규모 AI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이 신용시장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현금흐름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계가 신용시장으로 번진 결과로 분석했다.
◆코스피 낙폭 80%가 반도체
메리츠증권은 국내 증시의 구조적 쏠림이 낙폭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60.7%까지 확대됐다. 두 종목의 주가가 사실상 시장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
메리츠증권은 지난 27일 종가 기준 코스피가 6월22일 고점 이후 2358.8포인트 하락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업종의 하락 기여도가 1892포인트로 전체 낙폭의 80.2%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시스템 위기보다는 수급문제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급락이 새로운 위험의 등장보다 과도하게 쌓인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된 결과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중국 반도체 기술 추격과 AI 투자 수익성 논란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변수였다는 것.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된 자금이 급락 과정에서 강제로 축소되면서 제한된 유동성에 매물이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원화와 외환시장이 주가 낙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을 시스템 위기 가능성이 낮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과거 위기 국면에서는 주가 하락과 원화 약세,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증시 낙폭과 비교해 환율과 채권시장의 충격이 제한적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 훼손보다 반도체와 레버리지 포지션에 집중된 조정으로 해석했다.
◆반전 열쇠도 결국 반도체
증권가는 국내 증시의 반전 조건으로 반도체 실적과 외국인 수급 회복을 꼽았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실적,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의 실적 및 투자 계획,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가 단기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코스피가 기술적 과매도와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달 초 140조원에서 이달 24일 106조원으로 감소한 만큼 개인이 외국인 매물을 계속 받아내기는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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