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7030원)을 밑도는 데 이어 합병 전환가치마저 방어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대한항공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 주가가 받쳐주며 매수청구가격을 웃돌던 전환가치까지 하회하면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유인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20일부터 24일까지 지난 한주간 5거래일 연속 매수청구가인 7030원을 밑돌았다. 22일에는 종가가 6800원까지 떨어졌고 24일은 6850원을 기록했다.
매수청구가인 7030원은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이 기업합병에 반대할 때 회사에 자신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행사 가격이다. 주가가 이 가격보다 낮아지면 주주 입장에선 장내매도보다 회사에 넘기는 것이 이득이 되므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유인을 가르는 핵심 방어선으로 꼽힌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당 대한항공 0.2736432주다. 이를 고려하면 대한항공 주식을 새로 받게 되는 전환가치가 매수청구가와 같아지려면 대한항공 주가는 최소 2만5690원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한달로 범위를 넓히면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7030원을 밑돈 사례는 지난주가 처음은 아니다. 6월23일과 7월13일 종가는 각각 6950원, 6930원이다. 다만 당시에는 대한항공 주가가 기준선인 2만5690원을 웃돌면서 전환가치는 각각 7087원, 7074원으로 매수청구가를 상회했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새 상황이 달라졌다. 대한항공 주가도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 5거래일 중 4거래일 동안 2만5690원을 밑돌았다. 22일 종가는 2만4900원으로 전환가치도 6812원으로 낮아져 매수청구가 아래로 내려갔다.
최근 항공주 약세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고환율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여객과 화물 수요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류비와 환율 부담이 실적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내달 12일부터 9월1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매수청구가를 밑도는 데다, 전환가치마저 방어선을 지키지 못하면 주주 입장에선 7030원에 주식을 매수청구하는 것이 이득이 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소액주주 물량은 25%(5142만2690주)로 추정된다. 최대주주인 대한항공(63.88%)과 금호건설(11.12%), 자사주(0.04%) 등을 제외한 물량이다. 소액주주가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회사가 부담할 금액은 3615억원에 달한다. 합병 계약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금이 1조원을 초과할 경우 대한항공은 합병을 철회할 수 있다. 현재 추산되는 규모는 이에 크게 못 미쳐 합병 무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합병 성사 여부와 별개로 대한항공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고환율 기조로 비용 부담이 확대된 상황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매수청구 대금까지 지출해야 할 경우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관건은 주가 회복 여부다. 아시아나항공 주가와 합병 전환가치가 모두 매수청구가격을 밑돌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유인이 커졌지만 대한항공 주가가 반등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날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 대비 3.93% 오른 2만6450원에 마감됐다. 매수청구가격 방어선으로 여겨지는 2만5690원을 다시 넘어선 것이다. 같은날 아시아나항공도 3.80% 상승한 7110원에 거래됐다.
대한항공도 최근 주가 흐름을 인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할 수는 없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유가와 환율 등 비용부담이 있으나 여객과 화물 수요는 견조한 수준으로, 유가와 환율이 안정화될 경우 비용 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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