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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가상자산시장 개방 초읽기…'계좌보다 신뢰 인프라'
조은지 기자
2026-07-23 16:28:58
커스터디·내부통제·AML 등 안전장치 부각…금융위 "수탁업 별도 업권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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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명훈 파라택시스 이더리움 대표(왼쪽), 차상진 비컴 법률사무소 변호사, 신희진 교보증권 이사,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태호 금융정보분석원 서기관, 황석진 동국대학교 교수, 류춘 헥토월렛원 부대표, 류홍열 비댁스 대표, 이정두 금융연구원 박사,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사진=조은지 기자)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디지털자산 법인시장 개방을 앞두고 정책 논의의 초점이 '계좌 허용'에서 '신뢰 인프라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와 학계는 기관투자자의 실질적인 시장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법인 명의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독립적인 커스터디(수탁) 체계와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AML) 기준 등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에서는 독립 커스터디 체계 구축과 기관투자자 책임 체계, 내부통제, AML 기준 등 법인·기관투자자 시장 개방에 필요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이날 행사는 김현정·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 비댁스가 주관했다.


안도걸 의원은 “법인 참여는 시장 유동성을 확대하고 가격 발견 기능을 높여 디지털자산시장의 안전성과 신뢰를 확충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며 “단순히 시장을 여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도록 안전하게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할 수 있는 커스터디 체계와 이해상충 방지, 내부통제, 위험관리 기준 등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제도적 장치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며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법인시장 참여 로드맵의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 계좌 열려도 기관은 움직이지 않아”


류홍열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 겸 비댁스 대표는 법인시장 개방과 가상자산 과세 시행에 앞서 커스터디를 독립적인 업권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은 커스터디를 별도 업권이 아닌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행위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어 거래와 자산 보관 기능이 동일 사업자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경우 이해상충 가능성과 정보 교류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류 대표는 "커스터디는 단순한 권장 사항이 아니라 고객 자산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으로 규제 체계 안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며 "거래소는 거래에, 커스터디는 자산 보관에 각각 집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과 가상자산사업자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희진 교보증권 이사도 법인 명의 계좌와 거래소 접근권만 부여한다고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투자 의사결정과 주문 집행, 자산 보관, 감사, 사고 발생 시 책임 체계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으면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은 내부통제 기준상 시장 참여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 이사는 "한국은 기관투자자 시대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준비하는 제도 전환기에 있다"며 "제도화의 핵심은 무엇을 허용할 것인지보다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이 요구하는 안전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과 복구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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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가 열렸다. (사진=조은지 기자)

◆금융위 “커스터디 별도 업권 검토…강제 분리는 신중”


금융당국 역시 커스터디를 디지털자산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별도 업권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디지털자산의 안전한 보관·관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거래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며 "2단계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커스터디를 별도 업권으로 분류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적합한 진입 규제와 영업행위 규제를 어떻게 설계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커스터디를 별도 업권으로 제도화하는 것과 거래소의 수탁 기능을 강제로 분리하는 문제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과장은 "거래소 내 커스터디 기능을 의무적으로 분리한 해외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이용자의 거래 편의성과 거래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함께 고려해 행위 규제를 보완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 가상자산 투자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 과장은 "가이드라인은 계속 논의 중이며 2단계 입법과 연계된 사안이 많아 내부와 관계기관 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법인시장 개방의 성패가 단순히 법인 계좌를 허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커스터디와 내부통제, 책임 체계 등 시장 신뢰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을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관련 제도가 어떻게 구체화될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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