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한화엔진이 전기추진 선박 밸류체인을 내재화시키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업이 순항할 경우 4행정 중속엔진·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하드웨어부터 전기추진 제어 등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포트폴리오만으로 하이브리드·전기추진 선박 턴키 수주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SEAM AS 등 관련 사업의 외형과 수익성이 아직 크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개화하는 시장 선점이 핵심 과제가 될 예정이다.
한화엔진은 올해 3분기부터 선박·육상용 4행정 중속엔진에 대한 양산에 돌입한다. 이는 HSD엔진 시절인 2016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속엔진 공장을 매각한지 10여 년 만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독일 엔진기업 에버런스(前 MAN)으로부터 2034년까지 4행정 중속엔진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제품 생산은 올해 8월 준공 예정인 연산 900메가와트(MW) 규모 신규 공장을 통해 이뤄진다.
당초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대형 상선의 추진을 위한 2행정 저속엔진이었다. 이번에 생산하려는 4행정 중속엔진은 디젤·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DF)를 기반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통상적으로 원해를 횡단하는 컨테이너선·탱커선 등 대형 상선은 4행정 중속엔진을 발전용으로만 사용하지만 연안에서 항해하는 관광선, 도강선 등 소형 선박의 경우 전력을 ESS에 저장해 모터를 작동시키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채택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한화엔진은 전기추진 선박 밸류체인을 내재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노르웨이 소재 선박 전기추진 시스템 전문기업 SEAM AS 지분 100%를 약 290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올해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민수선박용 ESS 사업을 155억원에 양수받았기 때문이다. 전기추진 선박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과 엔진, ESS 등 하드웨어 생산 기반을 모두 갖추게 된 셈이다.
나아가 향후 그룹 계열사인 한화오션을 통해서는 하이브리드·전기추진 선박 턴키 수주와 설계가 가능할 전망이다. 당장 무탄소 전기추진 선박이 상용화되기엔 선박 내 탑재되는 배터리 기술력, 충전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나 한화엔진이 중간단계에서의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가진다. 마침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에 따라 기업들은 무탄소 전기추진 선박 상용화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대형 상선의 전기추진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점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브리드·전기추진 선박 시장 규모는 2030년 180억달러(약 26조6400억원), 2033년 235억달러(약 34조7000억원)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대형 전기추진 선박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면 한화엔진에게도 무수한 사업적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다만 시장 선점은 과제다. SEAM AS의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86억원, 76억원이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률은 7.73%로 전년 대비 3.2%포인트(P) 상승했지만 앞선 2022년(22.11%)에 비해 아직 부족하다. 유럽에 비해 시장 진입은 다소 늦었지만 선박용 배터리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중인 중국업체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중국 전기추진 선박 시장 규모는 2019년부터 2023년(약 126억위안)까지 연평균 13.98% 신장했으며 중국 스마트 신에너지선박 기술혁신 산업연맹은 2030년까지 전기추진 선박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 밝히기도 했다.
한화엔진 관계자는 “이번 4행정 중속엔진 생산으로 무탄소 전기추진 선박의 중간단계인 하이브리드 선박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며 “현재까진 소형 선박만 전기추진이 가능하지만 향후 시장이 성숙되면 대형 선박도 배터리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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