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만으로는 더 이상 돈을 벌기 어려운 시대다. 기술이 돈을 버는 시대다. 국내 PG(전자지급결제대행)·VAN(부가통신)업계는 온라인 결제 시장 성숙과 수수료 경쟁 심화,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AI, 데이터, API, 디지털자산, 해외 결제 등 기술을 앞세워 결제 중개업체에서 결제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주요 PG·VAN사의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자산, 신사업 전략을 살펴보고, 기술 투자가 실제 사업모델 변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이어지고 있는지 기업별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한국정보통신이 부가통신(VAN)과 전자지급결제대행(PG)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결제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투자도 꾸준히 확대하는 모습이다.
공개된 연구개발 과제를 살펴보면 기술투자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결제 단말기와 기존 인프라 고도화에 맞춰져 있다. 결제산업의 경쟁축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축적한 결제 데이터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기술투자의 성과를 가를 핵심 과제로 꼽힌다.
◆ 매출·영업이익·R&D 동반 성장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8363억원으로 전년(7910억원)보다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1억원에서 452억원으로 15.6% 늘었다.
영업이익이 매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은 2023년 4.92%에서 2024년 4.95%, 지난해 5.41%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162억원과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해 5.07%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기술투자도 실적과 함께 증가했다. 한국정보통신의 연구개발비는 2023년 39억원에서 2024년 42억원, 지난해 46억원으로 늘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같은 기간 0.53%, 0.53%, 0.55%로 완만하게 높아졌다. 올해 1분기에는 연구개발비로 6억원을 집행했다.
연구개발비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기존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한국정보통신이 안정적인 VAN·PG 사업을 기반으로 기술투자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술투자의 무게중심은 기존 결제 인프라
공개된 연구개발 과제를 보면 기술투자의 중심은 새로운 플랫폼보다 기존 결제 인프라 고도화에 맞춰져 있다. 한국정보통신은 유·무선 결제 단말기와 사인패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등 결제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결제 환경과 가맹점 수요 변화에 대응해 단말기의 기능과 편의성을 개선하는 데 연구개발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은 EasyCall과 네이버커넥트, EASYCAT4AOP 등을 개발해 결제 단말기와 관련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전체 연구개발비 가운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야별 투자 비중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식재산권 역시 결제 인프라와 연관된 기술이 중심이다. 지난해 사인패드의 판매시점정보관리(POS) 기능과 복수 신용카드 우선결제 전자장치에 관한 특허를 취득했다. 올해 3월에는 가맹점 단말기를 활용한 뱅킹서비스와 해외 결제 승인 설정 기술에 관한 특허를 추가했다.
◆결제 경쟁은 데이터로…수익화로 이어질까
결제산업의 경쟁축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 거래 처리나 단말기 성능 경쟁을 넘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PG·VAN업계가 수수료 경쟁 심화로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결제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정보통신도 기존 결제 중개사업을 넘어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2023년 KICC 데이터스토어를 출시했으며 자회사 이지샵을 통해 가맹점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와 기업 간 거래(B2B) 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결제 과정에서 확보한 거래·가맹점 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존 수수료 수익 외에 새로운 매출원을 마련할 수 있다. PG·VAN업계의 수수료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부가서비스는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관건은 데이터 사업의 실적 기여도다. 한국정보통신은 결제 데이터의 사업화 방향을 제시했지만 관련 사업의 매출과 수익 규모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연구개발 성과만 보면 데이터 사업보다 기존 결제 인프라 개선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PG·VAN업계는 결제 처리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워 데이터와 부가서비스를 통한 수익원 다변화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정보통신 역시 기존 결제 인프라의 경쟁력을 데이터 사업의 구체적인 매출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정보통신 입장에선 결제 데이터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안정적인 VAN·PG 사업을 기반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기술투자의 성과를 가르는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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