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ESG 데이터도 결국 재무 데이터 수준의 내부 통제를 요구받게 될 것입니다.”
박태희 LG디스플레이 ESG실사·평가팀장은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6 디스플레이 ESG 공시 의무화 대응 지원 세미나’에서 ESG 공시 전략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기조였다면 2025년부터는 정보 공개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4년까지 166쪽에 달했던 ESG 보고서를 올해 84쪽으로 줄였다. 회사의 중대 이슈와 대외 ESG 평가 증빙, 글로벌 공시 기준에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남기고 관행적으로 반복해 온 내용은 덜어냈다.
박 팀장은 “너무 많은 정보를 공개하기보다는 필수적인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전체 콘텐츠를 펼쳐 놓고 회사의 핵심 영역인지, 평가 증빙에 필요한지, 공시 기준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정보의 성격에 따라 공개 방식도 나눴다. LG디스플레이는 전년도 전략과 활동, 성과 등 정성적인 내용은 PDF 보고서에 담고 정량 지표는 엑셀 형태의 데이터 북으로 분리했다. 정책과 가이드라인, 행동규범처럼 매년 유사하게 반복되는 정보는 홈페이지에 상시 게시한다.
박 팀장은 “PDF는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분석하기 어렵고 실제 이용자도 엑셀이 더 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데이터북에는 4개년 시계열 자료를 수록하고 제3자 검증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ESG 데이터 관리 방식도 부서별 엑셀 취합에서 플랫폼 기반 체계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담당자 개인의 역량에 따라 산정 기준이 달라지거나 오류가 발생하고 시간이 지난 뒤 수치의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부터 LG그룹 ESG 플랫폼인 ‘ESG 인텔리전스’를 활용하고 있다. 현업 부서가 데이터를 제출하거나 수정할 때 해당 부서 팀장의 승인을 받도록 해 데이터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공개 대상인 4개년 데이터도 전수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누락된 항목과 담당자 실수로 발생한 오류를 찾아 수정했다. 수치의 산식과 출처, 수정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플랫폼 기능도 보완했다.
박 팀장은 “제3자 검증과 향후 공시 인증에 필요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한다”며 “아직 미약하지만 ESG 데이터 내부통제의 첫 단계를 올해 시작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의 표현과 오류를 점검하는 과정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맞춤법과 용어의 일관성, 문체 단절, 독자 관점의 가독성 등을 점검할 수 있도록 자체 교정 지침을 만들어 AI에 적용했다.
예컨대 보고서 앞부분에서는 ‘임직원’, 뒷부분에서는 ‘구성원’이나 ‘근로자’로 다르게 표현된 사례를 찾아내고 동일한 제도나 규범의 명칭이 페이지마다 달라지는 문제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다만 AI가 제시한 수정안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박 팀장은 “AI가 검토하더라도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해야 한다”며 “문장 하나하나를 직접 읽고 AI의 제안을 반영할지 확정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 ESG 정보를 PDF가 아닌 HTML 기반 웹페이지로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매년 보고서 디자인을 새로 만드는 대신 일정한 형식을 구축한 뒤 내용과 데이터만 갱신하는 방식이다.
박 팀장은 “공시 의무화 시대에는 글로벌 정보공개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공개 정보를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며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미리 마련하고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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