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아가방앤컴퍼니(아가방)가 중국 랑시그룹(랑즈그룹) 품에 안긴 지 10년이 넘었지만 배당은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사주 매입은 꾸준히 이어가면서 전체 발행주식의 5분의 1 이상을 자기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실적 개선과 이익잉여금 확대에도 배당보다 자사주 확대 정책을 이어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랑시그룹은 2014년 당시 아가방 최대주주였던 김욱 대표이사 등의 지분 15.3%(427만2000주)를 주당 7500원, 총 320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같은 해 말 약 243억원, 2015년 약 1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단순 합산하면 랑시그룹이 아가방에 투입한 자금은 약 576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투자 이후 랑시그룹이 배당을 통해 회수한 자금은 사실상 전무하다. 아가방이 마지막으로 실시한 배당은 2014년 초에 지급된 결산배당이다. 이는 랑시그룹이 최대주주에 오르기 이전인 2013년 사업연도 실적을 바탕으로 한 배당으로 랑시그룹은 배당 수혜를 받지 못했다. 이후 아가방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넘게 무배당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아가방은 랑시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기 전까지는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오던 기업이다. 다만 저출산 장기화 여파에 국내 유아복 시장이 해외 직구, 병행 수입 활성화에 따라 해외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아가방은 적자를 피하지 못했고 배당 행진도 끊기게 됐다.
실제로 최대주주 변경 첫 해인 2014년 아가방 매출은 1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줄었으며 영업손익과 순손익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적자를 면했지만 과거 대비 이익 규모는 절반 이하고 줄었으며 이마저도 2017년 다시 적자로 전환한 뒤 2020년까지 적자 흐름이 계속됐다. 결국 2013년 말 1200억원을 웃돌았던 이익잉여금은 2020년 말 800억원으로 줄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아가방의 재무여력이다. 아가방이 2021년부터 흑자기조를 이어간 덕분에 8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이익잉여금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1427억원으로 집계됐다. 과거와 비교하면 재무 체력이 크게 개선됐지만 배당 정책에는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대신 아가방은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 2023년 이후 올해까지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다섯 차례 체결했다. 꾸준한 자사주 매입 결과 현재 자기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의 21.9% 수준까지 늘었다. 여기에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향후 6개월 내 자기주식 204만9180주를 추가 취득할 계획도 공시했다. 계획대로 매입이 완료되면 자기주식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경우 실제 주주가치 제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국내 상장사들이 밸류업 정책에 맞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에 나서는 것과 비교하면 아가방컴의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취득하고 있지만 활용 계획이나 소각 일정은 별도로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도 의미 있는 주주환원 정책이지만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소각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익잉여금이 꾸준히 쌓이고 있는 만큼 향후 배당 재개나 자사주 소각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한편 아가방 측은 배당 정책 등 향후 주주환원과 관련해 "중장기 재무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을 도모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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