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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지킨 하나은행…바뀐 인수금융 판도 속 체면치레
한진리 기자
2026-07-16 07:00:00
은행권 인수금융 위축…KB국민·신한은행 '급감', 우리은행만 전년 수준 유지
이 기사는 2026-07-15 14:35:56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올해 상반기 인수금융 시장에서 은행권의 입지가 눈에 띄게 약화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 증권사와 선두 경쟁을 벌였던 은행들이 대형 딜 감소와 리파이낸싱 위축 여파로 일제히 주선 실적이 줄어든 반면, 증권사들은 확대된 자기자본과 적극적인 딜 구조화를 앞세워 상위권을 장악했다.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하나은행만 유일하게 1조원 이상의 주선 실적을 기록하며 은행권 체면을 지켰다.

15일 '2026년 상반기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인수금융·리파이낸싱 부문에서 총 1조830억원의 주선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15개사 중 3위에 올랐다. 단독 주선 1건, 공동 주선 4건 등 총 5건을 성사시켜 은행권 가운데 유일하게 1조원대를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1조8715억원과 비교하면 주선 규모는 7885억원(-42.1%) 감소했다. 그럼에도 4대 시중은행 합산 실적이 지난해 상반기 6조835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7064억원으로 60.4%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성적표다. 순위 역시 지난해와 같은 3위를 유지했다.


하나은행은 ▲케이카·케이카캐피탈 리파이낸싱 ▲제이엔텍 리파이낸싱 ▲수도권 준공영제 시내버스 회사 16곳 신규 인수금융 ▲투썸플레이스·KFC 리파이낸싱 등 대형 거래를 잇달아 주선하며 은행권 선두를 지켰다.


2026년 상반기 4대 은행 인수금융 리그테이블 한진리.jpg
(그래픽=딜사이트 김수진 기자)

반면 지난해 리그테이블 정상에 올랐던 KB국민은행의 부진은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7312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10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상반기 2조8604억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2조1292억원(-74.4%) 감소한 규모다.


지난해 실적에는 1조7020억원 규모의 SK쉴더스 리파이낸싱이 반영돼 있었던 만큼 기저효과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SK쉴더스 리파이낸싱을 비롯한 대형 인수금융을 잇달아 따내며 증권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초대형 거래 수주가 줄면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우리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수준의 실적을 유지했다. 올해 7988억원의 주선 실적으로 전체 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7852억원과 비교하면 136억원(1.7%) 증가했다. 대형 딜은 많지 않았지만 은행권 전반의 실적 감소 흐름 속에서도 사실상 전년 수준을 유지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감소율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934억원으로 전체 15위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1조3182억원으로 6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1조2248억원(-92.9%) 감소했다. 대형 인수금융과 리파이낸싱 거래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급감했고 순위도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시장에서는 올해 은행권의 약세가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인수금융 시장의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초대형 IB를 중심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커지고 발행어음 등 조달 기반이 확대되면서 과거 은행 중심이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상위권에는 한국투자증권(1조6350억원), 하나증권(1조1097억원), 미래에셋증권(1조613억원), NH투자증권(1조545억원) 등 증권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증권사들은 선순위뿐 아니라 중·후순위 자금까지 제공하며 거래 구조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주선 이후에는 인수 물량을 기관투자가 등에 셀다운(재매각)해 익스포저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형 거래 수주 여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은행은 상대적으로 신용위험과 자본적정성 관리에 무게를 두면서 선순위 대출 중심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강하다. 위험 선호도와 딜 구조화 방식의 차이가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만 해도 인수금융은 사실상 은행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커지고 종투사도 늘면서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며 “증권사는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중·후순위와 셀다운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딜을 구조화할 수 있다는 점이 최근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구조 변화와 별개로 인수금융 시장 자체의 거래 환경도 은행권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인수금융 상당수가 현 시점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돼 있어 리파이낸싱 추진 유인이 낮다"며 "이에 따라 리파이낸싱 거래 자체가 이연되거나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리파이낸싱 거래 감소는 은행과 증권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공통 변수지만, 은행권의 주선 실적 감소 폭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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