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며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HD현대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 절차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규제의 틀은 마련됐으나 참고할 선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주관사단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 주관사단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관련 스터디에 착수했다. 모회사 이사회에 부과되는 5대 주주충실의무를 어떻게 이행할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우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UBS가 대표주관사를 맡았고,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중복상장 규제는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인 HD현대로부터 물적분할돼 설립된 자회사로, 모회사 지분율이 81.8%에 달한다.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쪼개기 상장의 사례로 지목된다. 실제 HD현대로보틱스는 중복상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후 상장 준비 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최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핵심은 상법상 주주충실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다. 모회사 이사회는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주와 소통하고 필요에 따라 주주총회 등을 통해 동의 여부를 명시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후 이사회 찬반결의를 하고 결과를 자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의무이행 사항은 단계별로 공시해야 한다.
규제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주관사단은 속도를 내기보다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덕산넵코어스와 디티에스가 최근 예심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코스닥 딜이다. 유가증권시장을 목표로 하고 조 단위 기업가치로 거론되는 HD현대로보틱스의 선례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IB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도도 워낙 높고 대기업 계열사이기도 해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주관사단은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한 후 발행사와 만나 구체적인 상장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는 사전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발행사와는 아직 협의하지 않았고 다음주나 돼서야 이야기가 좀 오가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기존에 준비했던 게 있는 터라 발행사와 합의만 되면 빠르게 재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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