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와 경기 둔화로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2금융권의 해외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카드·보험·캐피탈사 등 금융사들은 글로벌 거점을 확대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실적 개선과 수익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주요 2금융권의 해외 사업 성과를 살펴보고, 글로벌 확장 전략과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강울 기자] KB캐피탈 동남아시아 해외법인의 실적이 환율과 자연재해 등 외부 변수의 영향으로 주춤했다. 자동차금융 중심의 영업 외형은 유지됐지만 환평가손실과 대손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후퇴한 모습이다. 다만 현지 합작 기반 영업은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중장기 성장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캐피탈 인도네시아법인 '순인도 국민 베스트 파이낸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억5140만원으로 전년 동기(3억4894만원) 대비 5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라오스법인 'KB코라오리싱' 순이익도 12억1490만원에서 3억2381만원으로 73.3% 줄었다. 두 법인의 합산 순이익은 4억7521만원으로 전년 동기(15억6384만원) 대비 69.6% 감소했다.
라오스법인은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이란 갈등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글로벌 달러 강세가 나타났고, 달러화 대비 현지 통화인 낍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화 조달분에 대한 환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연결 기준 해외법인 이익 기여도도 함께 감소했다.
인도네시아법인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건전성 부담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자카르타 홍수와 전국적인 시위,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차주의 상환 여력이 약화됐고 연체율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및 대손상각비 부담도 확대되며 수익성이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 기반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KB캐피탈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단독 진출보다 현지 유력 기업과의 합작 모델을 선택해 시장 안착 속도를 높여왔다. 라오스에서는 LVMC그룹, 인도네시아에서는 순모터그룹과 각각 협업해 기존 영업망과 고객 기반을 활용했다. 해외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방식보다 초기 영업 기반 확보에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라오스법인인 KB코라오리싱은 2017년 KB캐피탈과 LVMC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법인으로 자동차 할부금융과 리스를 주력 사업으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전기차 제조사 제휴 확대와 차량담보대출, 중장기 금융상품 취급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자체 대출상담 애플리케이션 도입으로 디지털 영업 기반을 넓히는 한편 연체채권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등 건전성 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KB캐피탈은 이들 법인의 안정적인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지급보증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지급보증 규모는 KB코라오리싱 약 1600억원, 순인도 국민 베스트 파이낸스 약 1400억원이다. 이를 통해 현지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영업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라오스에서 사업 기반을 다진 KB캐피탈은 2020년 순모터그룹 금융사 지분을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후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기계 등과 제휴해 자동차금융을 확대했고, 올해 1분기 영업수익도 50억955만원으로 전년 동기(48억7615만원) 대비 2.7% 증가했다.
최근에는 중국·베트남계 전기이륜차 업체와 협업을 확대하며 전기바이크(EV)와 중장비 금융 등 틈새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계 금융사가 강세인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자동차금융은 현지 딜러망과 판매 네트워크 확보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지 파트너와 협업하면 초기 고객 기반과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어 시장 안착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B캐피탈 해외사업이 현재 라오스와 인도네시아 두 거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개별 법인의 실적 변동이 전체 해외사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구조라고 평가한다. 이번 실적 둔화는 영업 경쟁력 약화보다는 환율과 자연재해, 금리 등 외부 변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라오스법인과 인도네시아법인의 수익성 정상화 여부가 KB캐피탈 해외사업의 다음 성장 단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기존 거점의 수익성을 회복해야 동남아 시장 내 추가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캐피탈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앞으로도 본업인 자동차금융을 중심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지 시장 특성에 맞는 상품과 제휴를 지속 발굴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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