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을 두고 외신들 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이로인한 반도체 시장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가 역사적 급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승세가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쏠린 데다 레버리지 상품까지 맞물리며 시장 진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7일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은 89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이러한 실적은 미국 엔비디아가 올해 회계연도 1분기에 기록한 535억달러(약 81조9000억원) 영업이익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KRX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6.92% 하락한 2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중순 장중 38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2주 동안 20% 넘게 밀린 것이다.
◆역대급 실적에도 피크아웃 우려
이러한 주가 급락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때문이다. 피크아웃은 실적이나 업황이 고점을 지난 뒤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국면을 말한다. 현재 실적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주가는 현재 이익보다 미래 이익 증가 속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주의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거로는 D램 가격 상승률 둔화, 재고 개선세 안정화, 주당순이익(EPS) 상향 조정 폭의 정점 도달을 제시했다. 메모리 가격이 여전히 높더라도 가격 상승 속도가 둔화되면 주가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러한 우려에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는 곳이다. 앞서 2024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는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장기 전망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내년 이익이 올해보다 35~4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핵심 변수로는 메모리 수요처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관련 자본지출(CAPEX) 가이던스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꼽았다.
◆외신, 반도체 쏠림·레버리지 경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에 주목했다. WSJ는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가 165% 올랐지만 상승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1년간 코스피가 하루 2% 이상 움직인 날은 77번이었다. 같은 기간 S&P500은 5번에 그쳤다. 코스피가 3% 이상 출렁인 날은 44번, 5% 이상 급변동한 날도 23번이었다.
WSJ는 변동성의 중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고 봤다. 두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개별 종목 등락이 시장 전체를 흔드는 구조가 됐다는 것. AI 반도체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반대로 두 종목이 조정받을 경우 지수 하락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레버리지 상품도 변수도 지적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하루 등락률을 2배 등으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ETF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키우지만 하락할 때는 손실도 커진다. WSJ는 한국은행을 포함한 규제 당국이 투기 과열을 진정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증권가는 신중한 낙관론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을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단기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고, 반도체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시장 눈높이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메모리 공급이 최소 내년 4분기까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도 HBM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내년 HBM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년 대비 9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임직원 성과급 보상 목적의 자사주 매입이 재개되면 주가 하방을 지지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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