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AI 시대 전기국가 비전'에서 데이터센터·서남권 반도체단지·용인 팹 등 대규모 전력수요 대응책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양수발전 확대를 전력 유연성 보강책으로 제시했다. 조달 방식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의 국내 ESS 전략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ESS 확대분의 조달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입찰로 물량을 배분하는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늘릴지,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자가용 발전설비 개념으로 직접 조달하도록 할지 두 방안이 모두 열려 있는 상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세부 실행방안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기 전에 나온 사안"이라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방향이 아직 나오지 않아 우선 11차 전기본 물량을 어떻게 소화할 지부터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에 시장을 개설한다면 11차 전기본상 2028년 물량인 육지 500㎿·제주 40㎿가 적용 대상"이라며 "정책이 갑작스럽게 발표된 만큼 이 물량을 그대로 소화할지, 확대할지는 아직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조달 트랙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배터리업계 시선은 중앙계약시장과 직조달 구도로 쏠린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배터리 사업을 직접 언급한 바 있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반도체 팹을 짓는 그룹사일수록 계열 배터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직조달 방식으로 갈 경우 이런 그룹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삼성·SK가 관리비용 측면에서 계열 배터리를 우선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직조달로 가더라도 가격 경쟁 방식이 유지된다면 수익성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진단에 힘을 보태는 또 다른 시각도 있다. 다른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중앙계약시장은 ESS 팩커 등 다양한 업체가 얽혀 있어 셀 업체가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인 반면, 데이터센터 직조달은 셀 업체가 중간 단계 없이 시장에 직접 대응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저가경쟁으로 인한 물량 포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익성 기준을 이유로 물량을 포기하는 선택지도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그룹 차원에서 데이터센터·반도체 투자를 대규모로 진행 중인 삼성과 SK의 경우, 직조달 방식이 채택되면 계열 에너지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 외에도 LNG·SMR 등 에너지 사업을 계열 내 보유하고 있어, 직조달 트랙에서는 그룹 전반의 수혜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시각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유수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로는 한 AI 사업자가 여러 전력 공급자와 계약해 다양한 공급원을 단일 데이터센터로 연결하기 어렵다”며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패턴에 맞는 시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