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정부가 연내 제3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개설을 추진 중인 가운데, 1·2차 입찰에서 드러난 저가 출혈경쟁을 막을 보완책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운영을 맡은 전력거래소는 가격 평가 기준 개편과 물량 확대 모두 "검토 중이나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3차에서도 가격 중심 당락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3차 ESS 중앙계약시장에 관해 가격 평가 기준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가격 평가 기준 등에 대한 업계의 개선 요구가 있어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점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 구체적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전력 당국은 최저가 경쟁을 막기 위해 2차 입찰에서 화재·설비 안전성, 산업·경제 기여도 등 비가격 지표 배점을 기존 40%에서 50%로 확대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 간 비가격 점수 변별력이 크지 않아 결국 가격에서 당락이 갈렸다.
국내 ESS 전용 생산 시설이 없는 SK온이 파격적 저가 투찰로 최종 낙찰물량 565㎿ 중 50.3%(284㎿)를 확보하며 삼성SDI(35.7%)와 LG에너지솔루션(14.0%)을 제쳤다. 안전·품질 배점을 올려도 변별력이 없으면 가격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이 실증된 셈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3차에 가격 경쟁을 완충할 장치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가격 하한선 도입은 2차 입찰을 앞두고 열린 사업자 간담회에서 이미 제기됐으나, 전력거래소는 경쟁입찰로 비용을 효율화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3차 평가 방식이 가격 외 요소를 더 부각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설치 안전성, 국내 생산성, 공급망 안정성 등 장기 운영과 직결되는 지표의 변별력을 높여야 출혈경쟁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물량 확보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저가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 결국 산업 전체에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가 방식뿐만 아니라 물량 확대 여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물량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꾸준하나, 전력거래소는 계통 안정화를 위한 조기 확보 필요성과 비용 부담을 함께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3차 물량 규모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28~2029년 육지 선제 확보분(2.1GW)과의 연동 여부도 아직 미정이다.
3차 공고의 구체적 시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력거래소는 공고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통상 3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들어, 연내 선정을 위해서는 늦어도 9~10월에는 공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을 사전에 제어할 장치가 미비한 대신, 이행 리스크는 사후에 통제된다. 준공 일정이 정해진 시장 구조상 전력거래소는 준공이 지연될 경우 금액적 페널티를 부과하도록 제도를 설계해 뒀다. 2차에서는 준공 지연 페널티 적용 기준을 기존 180일 초과에서 60일 초과로 단축하며 사후 통제의 고삐를 한층 조였다. 라인을 새로 전환해 짧은 기간 안에 양산·공급을 마쳐야 하는 업체일수록 페널티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저가로 물량을 따낸 뒤 이행 단계에서 수익성이 추가로 압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저가로 따낸 물량이 이행 단계에서 수익성을 갉아먹는 일이 반복되면 결국 산업 기반 자체가 약해진다"며 "3차에서도 가격이 당락을 가르는 구조가 그대로면 출혈경쟁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어 안전성과 공급망 같은 비가격 요소가 실제 변별력을 갖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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