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뇌전증 신약 개발 스타트업 소바젠이 기술성 평가 탈락이라는 악재를 딛고 상장 전 투자 라운드(IPO)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거래소의 까다로워진 심사 문턱에 가로막혀 상장 일정이 순연됐지만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형 기술이전 성과를 눈여겨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VC)들이 우군을 자처하며 반전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30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소바젠은 올해 상반기 네 차례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약 119억원의 프리IPO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기존 투자자 중심으로 자금을 모집했는데 리드 투자자인 에이티넘이 30억원을 책임졌고 프리미어파트너스·DSC인베스트먼트·현대투자파트너스·에이스톤벤처스 등도 팔로우온(후속투자)에 동참했다. 전략적 투자자(SI)도 라운드에 참여해 20억원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펀딩은 순탄치 않았다. 소바젠은 지난해부터 투자 유치를 준비했으나 초기 VC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의 기술이전 가능성을 낮게 본 탓이다. 분위기가 반전된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이탈리아 제약사와 75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자 자금 유치에 불이 붙었다. VC들이 대거 몰리며 경영진이 지분 희석을 우려할 정도였다. 다만 VC들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기평 통과라는 투자금 납부 전제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 때문에 납입일을 기평 결과 발표일인 지난 2월 중순으로 설정했다.
예상치 못한 난관은 거래소 심사에서 발생했다. 소바젠은 지난 2월 전문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모두 BBB 등급을 받으며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했다. 이로 인해 예정됐던 120억원 규모의 프리IPO 라운드도 잠정 중단됐다. 소바젠과 투자사들은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한 만큼 기평 탈락 확률을 매우 낮게 봤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며 자금 납입은 지연됐다. 업계에서는 당시 소바젠의 기평 탈락을 회사 기술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한국거래소의 엄격해진 바이오 심사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소가 기술력과 사업성에 더해 다음 파이프라인 후보까지 무리하게 요구하며 기평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VC들은 기술성 평가 탈락에도 투자를 철회하지 않았다. 대형 기술이전 계약이 가진 실질적 가치와 상장 완주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대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RCPS를 한 번에 발행하지 않고 네 차례에 걸쳐 증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펀드 만기를 앞둔 기존 주주의 구주를 세컨더리 형태로 거래하는 등 구조를 재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주 대비 10% 저렴한 가격에 구주를 인수한 기관투자가도 이번 라운드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바젠은 당초 프리IPO 라운드를 재추진하며 투자 전 기업가치를 1700억원 수준으로 계획했지만 기존에 추진했었던 기업가치와 투자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며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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