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기업은행이 올해 하반기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부실채권(NPL) 정리에 나선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원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은 대출채권이다. 건전성 지표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향후 정책금융 공급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규모 NPL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NPL 매각 관련 자문사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다음달 7일까지 제안서를 접수받는다. 매각 대상으로 검토 중인 NPL은 일반담보부채권과 회생채권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하반기 중 3회에 나눠 매각할 계획이다. 다만 실제 매각 규모와 횟수는 자산 실사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은행들은 보유하던 NPL을 매각하면 연체율과 NPL비율 등 주요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은행도 최근 경기 둔화와 기업대출 부실 증가로 악화된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NPL비율은 1.28%로 지난해 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1~3분기 1.3%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개선됐지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평균 NPL비율(0.374%)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비중이 높은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일반 시중은행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의 총연체율은 0.95%로 전분기 대비 6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5대 은행 평균 연체율(0.39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건전성 부담이 이어지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향후 채권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비용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1분기까지 355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는 향후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기업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은 105.2%로 전분기 대비 2.5%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6.1%포인트 하락했다.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00%를 상회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완충 여력은 다소 줄어든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보유 중인 NPL 4조3110억원 가운데 약 1조2000억원을 매각할 경우 단순 계산시 NPL비율이 1.28%에서 0.92%로 36bp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개선 폭은 매각 가격, 신규 부실채권 발생 규모, 상·매각 실적, 총여신 변동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은행이 선제적으로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는 배경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첨단산업과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총 300조원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자산건전성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건전성을 관리하면서도 정책자금 공급 능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하반기 대규모 NPL 매각을 통해 자산건전성 지표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부실채권을 조기에 정리하면 건전성 지표 개선뿐 아니라 충당금 부담 완화, 부실자산 관리 비용 절감, 자본 효율성 제고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향후 생산적 금융 확대에 필요한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은 "매각대상 NPL의 가치평가를 위한 기초자료 준비와 매각대상 자산에 대해 합의한 절차에 따른 가치평가에 대한 자문용역을 맡기기 위한 것"이라며 "매각대상 규모와 횟수는 매각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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