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LG전자가 올해 4월 단행한 희망퇴직과 비상경영체계 전환에 이어, 최근에는 HS사업본부 차원에서 업무 효율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근태의 기본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1분기에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긴장의 강도는 오히려 세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올해 취임한 류재철 사장이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한편 취임 첫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근태 관리나 비상경영 자체가 성과를 만드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긴장감 조성이 의미를 가지려면 사업 체질 개선과 실적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출퇴근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코어타임만 근무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제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을 출퇴근 시간 원칙으로 제시하며 사실상 선택근무제를 폐지한 셈이다. 출퇴근 시간 조정이 필요한 경우 조직책임자와 협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임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최근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은 성명문을 내고 내달 1일 마곡 사업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노조는 "올해 초 CTO 본부의 근태 운영 변경을 시작으로 연차촉진제 도입, 대규모 권고사직, 근태 결재 강화 등 여러 변화가 이어지며 자율적인 조직 문화가 점차 통제의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지금 만들어지는 기준과 관행은 다른 조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또 다른 통제의 수단이 등장할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규탄했다.
이같은 근태 관리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비상경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LG전자는 2분기부터 책임자를 대상으로 비상경영 체계에 돌입하고 비용 관리에 나섰다. 임원의 경우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탑승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출장 역시 목적에 따라 제한하는 한편 국내 출장은 가급적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다만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비상경영을 단행한 배경에는 궁금증이 따라붙는다. 중동전쟁발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적이 나쁘지 않은 시점에 긴축 강도를 높인 점도 눈에 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에 매출 23조7330억원, 영업이익 1조6736억원을 벌어들이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가전업계 업황은 올해 들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관세 부담이 겹치면서 가전 부문의 위기감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신임 CEO 체제 전환이 긴장경영의 핵심 배경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류재철 사장은 지난해 11월 신임 CEO로 내정돼 지난해 12월 1일 공식 취임했다. 류 사장은 생활가전(H&A) 사업본부를 이끌어온 '기술형 사업가'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조직 군기잡기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류 사장 체제가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전 시장에서는 하이얼·TCL 등 중국 업체들이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동시에 AI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가전을 단순 제조해 판매하는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LG전자는 전장(VS)·냉난방공조(HVAC) 등 B2B 사업과 구독·플랫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조직 전체가 감당해야 할 변화의 폭이 만만치 않다.
LG전자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에 힘을 싣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가전 사업에서 쌓아온 모터·구동계 기술을 로봇으로 확장해 중국의 저가 공세를 피하는 동시에 AI 시대에 맞는 성장축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반도체 기업이 굉장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LG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하지 않다 보니 (피지컬 AI 등) 새로운 발전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엑사원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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