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인공지능 전환(AX) 시장이 국내 AI·클라우드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전장 환경과 국방 행정 전반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정부와 군은 '소버린 AI'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발맞춰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KT, NHN, NC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국방 특화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지휘통제체계 등 다양한 분야 진출에 나서는 모습이다. 딜사이트는 국내 기업들의 국방 AI 전략과 경쟁 구도, 핵심 기술, 사업 기회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변한석 기자] NC AI가 피지컬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월드모델’ 개발로 국방 AX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병력 감소와 전쟁 양상의 변화로 국방 환경의 복잡성이 커지는 가운데 실제 전장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국방 분야의 가상 환경 기반 AI 학습과 시뮬레이션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월드모델이 군용 로봇과 무인 체계의 성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에 따르면 NC AI는 차세대 RFM 구현 핵심 기술 ‘월드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피지컬 AI의 ‘두뇌’ 역할을 한다는 월드모델은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과 환경 변화를 학습해 로봇이 행동 결과를 예측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존 규칙 기반 로봇은 돌발 상황 변화에 취약하지만 월드모델은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반복 학습할 수 있어 환경 변화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NC AI는 지난달 현대로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피지컬 AI 기반 통합 시뮬레이터 및 모듈형 로봇 시스템' 국책 연구개발 과제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월드모델 기술은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변수를 고려해 시뮬레이션한다는 뜻이다. NC AI 관계자는 “월드모델은 현실 세계의 물리 환경을 반영해 다음 장면이나 영상을 생성하는 모델”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로봇 파운데이션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회사인 NC는 이미 2022년 MMORPG AI 학습 과정에서 200개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실행해 데이터 생성과 AI 학습을 진행했다. NC AI는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된 대규모 고정밀 3차원 가상 세계 구축 데이터와 자체 3D 생성 AI 기술 노하우를 국방·제조 등의 피지컬 AI 분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대규모 합성 데이터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도 구축 예정이다. 해당 데이터는 국방 지형·상황 변화 대처 및 로봇 학습에 사용된다.
또한 NC AI는 지난 3월 글로벌 최고 성능(SOTA) 월드모델 대비 약 25% 수준의 GPU 자원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태스크 성공률을 기록한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 연구 성과를 공개한 바 있다. 회사는 기존 빅테크 모델이 대규모 영상을 생성한 뒤 이를 다시 추론하는 방식과 달리 영상 생성 이전 단계인 잠재공간(Latent Space)에서 직접 로봇 행동을 도출하는 구조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연산 자원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로봇 팔 조작 등 핵심 18개 태스크 평가에서 글로벌 선도 모델 대비 약 80% 수준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방 분야는 실제 전장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며 “시뮬레이션 환경 자체가 중요한 국가적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병력 감소 역시 국방 피지컬 AI 투자 확대 배경 중 하나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전쟁양상 변화와 인구절벽 대응을 위해 2040년까지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로 증강한 병력절감형 군구조’ 개편을 제시했다. 병력 감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MUM-T)와 군용 로봇, 무인체계 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드모델 및 AI 시뮬레이션은 훈련 횟수를 늘리지 않고 다양한 전투 상황을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모델은 제한된 병력 규모로 전장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AI는 병력을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적은 병력으로도 높은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전력 증강 기술”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시장 특성상 실제 구축 사례와 운영 성과가 중요한 만큼 NC AI의 기술 경쟁력 역시 향후 사업 수행 과정에서 검증될 것으로 보고 있다. NC AI 관계자는 “국내에서 월드모델이나 디지털 트윈 등 피지컬 AI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성과 낸 사례는 많지 않다”며 “NC AI는 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 상용화를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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