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자본시장 부국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근 지인들과의 골프 라운딩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경사(慶事)이지만 미래에셋 창업 이후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2년이나 골프라는 스포츠에 기여해온 공헌과 사랑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박 회장은 2009년 골프 지존으로 불리던 신지애 프로를 지원하면서 스포츠 마케팅을 시작했다. 신 프로에게 5년 간 75억원 규모의 대형 메인 스폰서가 되어주면서 그의 67승을 끌어냈다. 신지애 이후에도 아마추어였던 김세영 프로를 발굴했고 그가 LPGA를 호령하게 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2018년 사내 골프대회 구설수에 올랐고 박현주 회장이 이를 강요했다는 억측이 나왔다. 다들 하는 사내행사를 황제놀이로 몰아붙인 덕분에 행사는 마뜩잖게 사라졌다. 신입사원들이 자발적으로 마스게임을 진행하던 삼성과 비교해도 심한 비판이었다.
2021년에는 내부거래 제재가 문제되면서 스포츠 후원마저 중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박 회장 일가의 지분이 높은 미래에셋컨설팅 소유 골프장의 일감 몰아주기를 문제삼은 것이 발단이 됐다. 거액의 행사비 지출이 부당거래로 지목되자 지원은 끊겼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만 남았다.
박 회장은 이후 국내 활동보다는 미국을 오가며 학업에 더 정진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는데 집중했다. 문이 하나 닫히면 어느 새 하나가 열려있다는 말처럼 그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하버드와 맨해튼을 오가며 쌓은 인맥과 경륜으로 미래산업 식견을 쌓은 것이다.
박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그룹은 실제로 2022년 일론 머스크가 만든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에 투자했다. 당시 화성에 가겠다고 공언하던 허무맹랑한 이 회사를 믿은 한국 투자가들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오일머니와 경쟁해 2년 간 2억7800만 달러(4200억원)를 쐈다.
지금와서 보면 대단한 야수성이라고 평가되지만 오너가 따뜻한 국내 뒷방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었기에 가능한 투자 확신(Conviction)이었다. 이미 피델리티와 구글, BOA 등 초거대 금융사들이 수십조 원을 투자해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찬 뒤였기 때문이다.
박현주식(式) 스케일업은 미래에셋을 글로벌 반열에 올린 게 분명하다. 국내 대부분의 비상장 스페이스X 투자자들이 상장을 전후로 환매에 나설 때 그는 오히려 7000억원의 자금을 더 모아 새로운 베팅을 진행했다. 안정적 분산이 아니라 딥테크 혁신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박 회장은 "금융은 결국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라며 "파괴적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1등 기업의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시대가 바뀌어도 대체 불가능한 독점적 자산을 사 모으는 투자를 지향하겠다"며 철학의 변화를 공언했다.
무에서 유를 이룬 그의 말처럼 수출만이 국익을 위하는 길은 아니다. 금융 영토를 세계로 넓혀 글로벌 혁신 기업의 성장 과실을 국내 투자자들과 나누는 것도 국익의 실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뼈아팠던 미래에셋의 실책은 최근 발생한 스페이스X 공모주 0주 사태다.
박 회장의 선의는 의심할 것이 없다. 지난 4월 언론 등을 통해 스페이스X 물량을 상당 규모 확보할 게 확실하다고 언급해 국내 투자자들의 청약금 5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지난 12일 물량 배정은 한 주도 이뤄지지 않았고 환불은 이뤄졌으나 체면을 구겼다.
여기저기 민원이 접수되고 고객들이 환차손을 주장하자 당국이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과장 마케팅 및 내부통제 미비로 무기한 현장 검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정무적인 쇼에 가깝다. 전쟁 같은 금융 첨단에서 누구도 승패를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올해 박현주 회장은 홀인원을 맞이하고도 이를 조용히 기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제 2의 전성기를 축하하는 진짜 지인들 30명에게만 TP밀스라는 명기 퍼터를 선물해 고마움을 나타냈다. 시골에서 상경해 글로벌 금융리더가 된 그에게 이젠 호사다마(好事多魔)가 큰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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