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이재명 정부가 지방선거 이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를 다시 시작하면서 한국벤처투자(KVIC)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핵심 인력 일부가 민간 운용사로 자리를 옮긴 가운데 최근 장상익 사장이 취임한 비슷한 공공투자조직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으로 인재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벤처투자의 지방 이전 목적지로 대전과 전주, 내포신도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 확정 후보지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전 논의가 시작되면서 내부 동요도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정책 모펀드 핵심 기관이다.
올해 민간 기업으로 이직한 한국벤처투자 직원은 총 4명이다. 하나벤처스와 키움인베스트먼트에 각각 1명, IBK자산운용으로 2명이 자리를 옮겼다. 특히 키움인베스트먼트의 경우 면접자 3명이 모두 한국벤처투자 출신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회사는 민간모펀드를 운용하거나 조성을 준비하는 곳으로 정책자금 운용 경험을 갖춘 한국벤처투자 직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벤처투자의 지방 이전 우려가 커진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이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처럼 기관을 여러 지역에 분산 배치하는 방식은 집중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유사 기능을 가진 기관을 권역별로 묶어 이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성장금융은 한국벤처투자 직원들의 새로운 근무 이적 대상으로 손꼽힌다. 정책자금과 민간 자금을 연결하는 모펀드 운용기관이라는 점에서 업무 연관성이 높고 국민성장펀드 출범 이후 역할이 확대되면서 정책자금 운용 경험을 갖춘 인력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성장금융 내 한국벤처투자 출신 직원은 성장금융실 소속 이동관 팀장 등 2명으로 파악된다.
한국벤처투자 출신인 장상익 대표가 성장금융 수장에 오른 점도 추가 이직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성장금융은 정책 모펀드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내부에 모태펀드 출자 사업을 직접 경험한 인력은 많지 않다. 운용사 선정과 출자 구조 설계, 사후관리 경험을 갖춘 인력이 성장금융에서도 활용될 여지가 큰 셈이다. 특히 장 대표가 모태펀드 운용 경험을 갖춘 만큼 향후 조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국벤처투자 출신 인력을 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방 이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성장금융이 서울에서 기존 업무 전문성을 이어갈 수 있는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되는 이유다.
다만 한국벤처투자의 역할을 고려하면 지방 이전을 신중히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벤처 생태계가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해 민간 운용사와의 소통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핵심 인력 이탈까지 맞물리면 정책자금 공급 기능과 업무 효율이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모태펀드 운용기관까지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 정책 효율 측면에서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벤처투자 시장과의 접점이 약해지면 정책자금 공급 기능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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