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명되면서 정책자금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이 자본 부담이 낮은 국민성장펀드 출자를 선호하면서 모태펀드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는데 한성숙 장관이 총리직에 오를 경우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모태펀드 출자 부담 완화 논의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겨나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이 모태펀드 자조합에 출자하면 원칙적으로 400% 수준의 위험가중치(RW)가 적용되지만 국민성장펀드는 RW 부담이 100%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은행권이 자본 부담을 덜고 출자에 나설 수 있다. 같은 성격의 투자라도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하는 것이 은행으로선 훨씬 효율적인 선택지가 된 셈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일반 벤처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하면 RW 400%가 적용돼 장부상 위험가중자산(RWA)은 400억원으로 잡힌다. 반면 같은 100억원을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하면 RW 100%가 적용돼 RWA 반영액은 100억원에 그친다. 은행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RWA로 나눠 산출되는 만큼 같은 금액을 출자하더라도 일반 벤처펀드는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네 배 가량 커지는 구조다. RWA 증가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면 건전성 지표가 악화돼 추가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고 대출·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 은행은 위험가중치를 감수하며 출자하기보다 부담이 낮은 국민성장펀드에 자금을 배분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으로선 RW 부담이 낮은 국민성장펀드 관련 출자에 자금을 우선 배분할 것”이라며 “국민성장펀드 출자를 받은 하우스는 민간 매칭까지 쉽게 가능하나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운용사는 같은 벤처펀드라도 은행권 자금을 끌어오기 훨씬 어렵기에 (모태펀드에는 현 상황이) 사실상 역차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국민성장펀드 선정 여부가 펀드레이징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모태펀드 출자 사업은 정책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민간 매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용사의 사업 참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모태펀드를 관할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수장인 한 장관이 향후 국무총리에 오르면 은행권의 모태펀드 출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은행권 출자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RW 적용은 중기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자본규제 해석과 맞물려 있다.
국민성장펀드 출범 후 업계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단순히 자본규제 부담의 차이를 넘어 정책자금 시장의 방향성에 있다. 정부가 성장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성장펀드에 민간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유인을 만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벤처 생태계의 핵심 축인 모태펀드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성장펀드와 모태펀드가 각각 성장기업과 초기·벤처기업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을 갖고 있는 만큼 두 펀드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제도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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