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중동발 공급 충격 우려가 완화되면서 보험업계가 최근 도입한 차량 5부제 할인특약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로 중동 정세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정부의 고유가 대응 정책이 조정될 수 있어서다. 정부 비상조치와 연계된 차량 5부제 할인특약 역시 운영 기간이 예상보다 짧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부터 시행 중인 6차 최고가격 조치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그동안 최고가격제 종료 조건으로 중동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안정 등을 제시해온 만큼 향후 중동 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태다.
정부의 고유가 대응책 가운데 하나가 금융당국이 추진한 차량 5부제 할인특약이다.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차량 5부제에 참여하면 자동차보험료를 연 최대 2% 할인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이달 들어 잇달아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금융당국 발표 직후 일제히 상품 출시를 서두른 셈이다.
다만 보험사들은 상품을 출시하면서도 제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정책 시행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검증 체계와 운영 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업계는 차량 5부제 참여 여부를 확인할 객관적인 검증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사고 감소 효과와 보험료 할인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기에 기존 자동차보험 요율 산정 체계와의 괴리,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업계와의 소통 부족 문제도 논란이 됐다.
정책 결정 이후 실제 준비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기존 관련 시스템을 일부 활용할 수 있었지만 다른 보험사들은 차량 5부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별도 검증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했다. 일부 보험사는 이달 말까지 시스템 개발을 마친 뒤 가입자의 운행 실적을 확인해 할인액을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A보험사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상품 출시가 먼저 이뤄졌고 세부 검증 방식은 뒤늦게 마련되는 구조였다”며 “시스템 개발도 아직 진행 중이라 업계 전반적으로 상당히 급하게 준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중동 정세 변화는 보험사들의 고민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검증 시스템 구축과 약관 개정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한 상황에서 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종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 5부제 특약은 정부가 지정한 비상 대응 조치와 연동돼 있어 향후 정부가 관련 조치를 해제하면 특약 역시 종료된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 발표 직후 약관 개정과 전산 반영, 검증 시스템 구축 등을 서둘러 진행한 만큼 정책이 조기에 종료될 경우 이미 투입한 비용 상당 부분이 매몰비용으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B보험사 관계자는 “문제는 정책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이미 상품 출시를 위해 비용을 투입한 상태에서 단기간 운영에 그치면 관련 비용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책 종료 여부와 관계없이 운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특약에 가입한 계약자들은 향후 차량 5부제 이행 여부에 따라 보험료 할인 또는 환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할인율은 높지 않지만 자동차보험 가입자 규모를 고려하면 보험사 수익성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업계가 더 우려하는 부분은 할인액 자체보다 검증 시스템 구축·운영 비용이다. 특약 가입자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정산하는 과정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단기간 운영에 그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C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유가 최고가격제 자체는 유지되고 있어 당장 정책이 철회될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국제 정세 변화를 감안하면 단기 정책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가입 규모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실익보다 부담이 더 큰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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