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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600㎜ 물폭탄에도 '보험 공백'…기후보험 아직 걸음마
강울 기자
2026-08-24 08:00:00
법제화 첫 관문 넘었지만 경기·제주만 운영…내년 50억 시범사업 추진
이 기사는 2026-08-21 08:12:33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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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민주당 정책위원회)

[딜사이트 강울 기자]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경남 거제에 하루 6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쏟아지면서 공공형 기후보험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존 재난보험은 사망·상해나 재산상 손해 등 실제 피해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휴업에 따른 소득 공백이나 긴급 생활비를 재난 직후 신속하게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나 강수량 등 사전에 정한 기상지표만 충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이 이런 보장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꼽힌다. 정부와 정치권도 공공형 기후보험 도입을 잇달아 약속하고 있지만 법제화는 이제 첫 관문을 넘었고 실제 운영도 일부 지역에 그치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제정안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후보험 활성화를 지원하고 보험료 지원과 손해액 산정·지급 절차 간소화 등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정부도 내년에 50억원을 투입해 전국 공공 건설근로자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폭염경보로 작업이 중단되면 평균 일당의 절반 수준인 8만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법적 기반 마련과 실제 보험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그동안 논의에 머물렀던 공공형 기후보험이 본격적인 제도화 단계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활성화를 추진하는 공공형 기후보험의 핵심은 기상지수를 활용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강수량이나 기온, 폭염경보 등 사전에 정한 지표가 기준에 도달하면 개별 손해액을 산정하지 않고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한다.


실제 손해 규모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반적인 손해보험과 달리 지급 조건을 객관적인 기상지표와 연계해 보험금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취약계층을 가입시켜 휴업손실이나 소득 공백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이나 기후질환보험도 넓은 의미에서는 기후위험을 보장하지만 지수형 보험과는 보상 방식에 차이가 있다. 기존 상품이 실제 인적·재산 피해 발생을 전제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약정한 기상 조건 충족 여부를 지급 기준으로 삼는다. 극한기후 직후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빠르게 메우는 데 지수형 보험이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한 거제에서도 이 같은 보장 공백을 확인할 수 있다. 거제시 시민안전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 등 인적 피해를 보장하고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가입자의 시설과 재고 등 재산 피해를 보상한다. 반면 집중호우로 영업을 중단한 소상공인 등의 휴업이나 소득 공백을 강수량과 연계해 신속하게 보장하는 공공형 지수보험은 별도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강수량과 연계한 지수형 보험이 마련돼 있었다면 이번 호우와 같은 재난에서 기존 보험이 보장하기 어려운 휴업·소득 공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었다고 본다. 실제 피해액 산정에 앞서 약정한 조건을 충족한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긴급 생활비나 영업 재개 자금 등을 보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활용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공공형 기후보험의 실제 도입 속도는 더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3월 지수형 날씨보험 개발 지원책을 내놨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시범사업을 위해 요구한 예산 100억원 가운데 연구용역비 3억원만 반영되면서 실제 보험 운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는 상품을 실제 공급하기보다 제도와 사업모델을 연구하는 단계에 머문 셈이다.


민주당도 6·3 지방선거에서 공공형 기후보험 도입을 공약했다. 이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가운데 관련 제정안이 이달 기후위기특위를 통과하면서 법제화 작업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제정안은 정부와 지자체의 보험 활성화와 보험료 지원, 손해액 산정·지급 절차 간소화 등의 근거를 담았다. 사업 시행을 의무화하거나 구체적인 재정지원 규모까지 정한 것은 아니어서 법안 통과만으로 실제 보험 공급이 확대되는 구조는 아니다. 향후 중앙정부의 예산 투입과 지자체별 사업 발주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현재 지자체 차원의 공공형 기후보험은 경기도와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상품 구조에도 차이가 있다. 경기도는 도민을 가입시켜 온열·한랭질환 진단비와 기후재해 응급실 내원비 등을 보장하고 있다. 기후위험에 따른 실제 질환이나 의료 이용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제주도의 폭염 휴업보험은 기상지수와 직접 연계한 형태에 가깝다. 제주도는 지난달 말 공공 건설현장 일용근로자를 대상으로 폭염 휴업보험을 도입했다. 폭염경보로 작업이 중단되면 하루 최대 4시간 동안 시간당 약 1만7000원을 지급한다. 실제 임금 손실액을 별도로 산정하기보다 폭염경보와 작업 중단이라는 조건을 활용해 소득 공백을 보전하는 구조다.


지역별 사업이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민간 보험시장이 자생적으로 확대되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지자체가 지역별 위험과 지원 대상을 정해 입찰을 내야 보험사가 담보와 요율을 설계할 수 있지만 도입 지역과 계약 규모가 제한되면서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계약과 보상 사례가 부족해 경험통계를 축적하기 어려운 점도 후속 상품 개발을 제약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폭염과 호우 등 중점적으로 보장하려는 위험이 달라 입찰 조건에 맞춘 별도의 요율 산출과 상품 설계가 필요하다”며 “입찰 건수가 적으면 개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고 보상 통계도 축적되지 않아 보험사가 선제적으로 참여하기 부담스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후보험을 단순한 수익상품보다 취약계층의 보장 공백을 메우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적 기반 마련을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지자체 사업으로 연결해 실제 가입과 보상 사례를 축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재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기후보험은 보험사의 수익 확대를 위한 상품이라기보다 취약계층의 보장 공백을 메우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법적 기반 마련이 첫발을 뗀 만큼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지자체의 사업 설계로 이어져 실제 보험 가입과 보상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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