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인증 중고차 사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고차 시장 진출 당시 상생을 위해 내건 판매 대상 차량 제한이 사업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가 롯데렌탈 인수 가능성을 타진한 배경에도 이러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2023년 10월이다. 당시 양사는 매집부터 상품화,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 인프라로 구축하며 시장 선진화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대차의 중고차 핵심기지인 경남 양산 인증중고차센터는 하루 60대, 용인 인증중고차센터는 하루 30대의 상품화 역량을 갖췄다. 이를 한 달 영업일 30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양산센터(1800대)와 용인센터(900대)를 합쳐 매달 총 2700대의 차량을 상품화할 수 있는 대규모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기아는 협력 상품화센터를 통해 하루 최대 70대, 연간 1만8000대 규모의 상품화 능력을 확보하고 용인 중고차 복합단지 오토허브에 연면적 5334제곱미터(㎡) 규모의 '기아 인증중고차 용인센터'도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 시장 내 존재감은 인프라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인 케이카의 16일 기준 판매 가능 대수는 8486대인 것과 대조적으로 현대차는 1304대(제네시스 496대 포함)에 그쳤다. 판매 예정 차량 397대를 더하면 1701대 수준이다. 기아의 판매 가능 대수는 1070대다.
현대차 등록 물량(1300대) 기준으로 매물이 30일 내에 모두 판매된다고 가정하면 현대차의 인프라 가동률은 48%에 그친다. 통상적인 중고차 시장의 재고 회전 주기인 60일이 소요된다고 볼 경우 월평균 실제 판매량은 650대 수준으로 떨어져 가동률은 24%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정체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을 명분으로 수용한 조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양사는 연식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 이내 무사고 차량으로 판매 대상을 한정했다. 업계에선 당시 설정한 기준이 사업 확대 과정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까다로운 매입 기준 등 매물 확보의 어려움으로 제한적인 사업 운영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시장 규모에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량은 226만7396대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이는 신차 판매 대수(168만8007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는 사업 확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렌터카 업체 인수 가능성을 꾸준히 검토해온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AJ렌터카(현 SK렌터카) 인수 검토에 이어 최근에는 롯데렌탈 인수 가능성도 살펴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자동차 대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 렌털 사업 진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차는 롯데렌탈 인수를 통해 인증중고차 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이는 한편 완성차 생산부터 판매, 대여, 정비, 재판매에 이르는 차량 생애주기 전반의 밸류체인을 강화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은 장단기 렌터카 사업뿐 아니라 차량 정비, 중고차 판매, 카셰어링, 리스, 할부금융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롯데렌탈 인수와 관련해 "추진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주총을 통해 자동차 대여업을 추가한 배경에 대해서는 "차량의 생애 주기 전체를 직접 관리하며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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