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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호남행 급물살…"정치 논리 경계해야"
김주연 기자
2026-06-23 07:00:00
협력사 생태계 조성 관건…장기적 전략 하에 추진해야
이 기사는 2026-06-22 17:33:24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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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에 위치한 삼성전자 패키징 공장인 ‘온양 나노시티’ (사진 = 삼성전자 뉴스룸)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남권의 경우 전력과 용수 등 기본적인 산업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물류망과 엔지니어 인력풀, 협력업체 집적도 등 실제 반도체 생태계가 충분히 구축돼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지역 균형 발전이나 정치적 목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착공부터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고 한 번 구축된 산업 생태계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중장기 산업 전략 아래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호남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패키징(후공정) 반도체 공장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비수도권 투자 방안을 논의하며 이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역시 대전환기획위원장으로 정은승 전 삼성전자 사장을 영입하며 반도체 공장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민 당선인은 지난 8일 "머지 않아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정부와 기업의 발표를 듣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의는 지방선거 이전부터 제기됐다. 지난 1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호남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이 지역 정치권에서 제시된 이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도체 공장 유치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전부터 반도체 지방 투자와 관련한 여러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안다"며 "법제처가 관련 법률안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 역시 기존 패키징(후공정) 공장 체계를 유지하면서 추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시설은 주로 수도권에 위치해 있으며 패키징 공장은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충남 아산 온양과 천안에,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에 패키징 거점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충북 청주에 약 19조원을 투입하는 첨단 패키징 공장 P&T7 건설에도 착수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호남에 반도체 공장 설립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새로운 패키징 공장 후보지로는 광주 첨단3지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패키징 공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관계자가 지역을 시찰하며 인프라를 미리 파악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첨단3지구는 광주와 전남 장성군 일대에 조성되는 362만㎡ 규모의 일반산업단지다.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남 1호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AI 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 연구산업복합단지, AI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서며 AI 연구 인프라가 집중되고 있다.


패키징 공장 입지로서의 장점도 존재한다. 패키징은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는 전공정과 달리 칩을 절단·적층·조립한 뒤 테스트하는 후공정 중심이어서 전력과 용수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최첨단 전공정 팹에 필요한 초고압 송전망과 초순수 생산시설, 대규모 폐수처리장 등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기존 산업용 전력과 공업용수 공급망만으로도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기본 전력 인프라도 준수하다. 광주 지역에 위치한 한빛원전 6기는 연간 42T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연간 태양광 7000GWh와 풍력 640GWh 등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해 즉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실제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도 광주 첨단지구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산업 인프라 외에 실제 공장 운영에 필요한 기반이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패키징 공장은 전공정보다 유틸리티 부담이 적지만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업, 숙련 엔지니어 확보, 물류 효율성이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 공급망이 경기·충청권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웨이퍼 생산 거점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후공정 공장만 호남으로 이전할 경우 물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 관계자는 "현재 웨이퍼 생산과 후공정 생태계가 경기·충청권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며 "후공정만 호남으로 이동할 경우 물류 이동 거리가 늘어나고 공급망 운영 효율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 확보 문제도 변수다. 반도체 공장은 생산직뿐 아니라 공정·장비 엔지니어와 연구개발 인력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수도권과 충청권에 형성된 인력 풀이 단기간에 호남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사 이전 문제도 거론된다. 공장 건설이 현실화될 경우 장비·소재 협력사들도 함께 이동해야 하는 만큼 공급망 재구축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산업"이라며 "기술에 숙련된 엔지니어와 협력업체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공장의 호남 이전 논의가 정치권에서 지펴진 만큼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공장 투자가 국민 경제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를 고려해 신중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역시 반도체 투자가 정치 논리에 좌우되선 안 된다는 뜻을 밝히며, 이전 논의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준감위에서도 이를 지켜보겠다고 경고하기이 도 했다. 위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기자들과 만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유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실제 투자로 이어지게 될 경우 준감위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번 논의가 정치적 목적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에 기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도체 공장의 경우 착공부터 양산까지 수년이 소요되고 산업 생태계 역시 수십 년 단위로 유지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와 '중국표준 2035' 등을 통해 장기간 반도체 육성 전략을 추진한 것처럼 한국 역시 정권 교체나 선거 주기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압박하는 방식이나 당리당략 차원의 접근보다는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 아래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2025, 2035 계획처럼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반도체 대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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