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이번엔 주주 반발이라는 새 관문에 직면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주주총회 승인 없이 집행할 수 없다는 주주단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다. 주총에서 주주단체들이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하거나 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있어 성과급 논란은 계속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와 투자자보호연합회는 1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회장 등 회사 경영진에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주총 안건으로 올릴 것을 촉구했다. 삼성전자가 주총 없이 자사주 성과급을 집행할 경우 무효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영업이익의 약 10%에 이르는 조 단위 미래 과실을 주총 의결과 상법이 정한 이익배당 절차를 우회해 특정 집단에 이전하는 협약에 주주에게 단 한 번도 묻지 않은 채 경영진이 서명했다"며 "우리가 바로잡으려는 것은 배분이 아니라 주주의 동의를 건너뛴 절차의 흠결"이라고 밝혔다.
박종진 투자자보호연합회 대표는 "성과급이 얼마든 주주 동의를 구하는 정당한 절차만 거치면 논란은 즉각 해소된다"며 "주총 결의 없이는 사회적 갈등과 불필요한 비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주총 결의에 올릴 것인지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달 27일 가결된 임금협약이다. 노사는 반도체(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사업 성과의 10.5%를 정하고 지급률 상한 없이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향후 10년간 유지되는 제도다. 주주단체들은 조 단위 미래 과실을 주총 의결 없이 특정 집단에 사전 할당한 것은 상법 제462조가 정한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우회한 위법배당이라고 주장한다.
법적 근거는 올해 3월6일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이다.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처분하려면 이사회가 보유 및 처분 계획을 수립해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하며, 매 사업연도 정기 주총에서 갱신 승인도 거쳐야 한다. 위반 시 해당 이사에게 5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승인 규모다. 삼성전자가 올해 3월 주총에서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승인받은 자사주는 보통주 3700만주, 당시 시가 기준 약 7조원대다. 반면 이번 합의로 필요한 재원은 최소 21조원에서 최대 36조원으로 추산된다. 추가 자사주 매입과 처분을 위한 별도 주총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주들의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지난 10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에 착수했다. 지난달 20일 처음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한 이후 이달 3일과 5일 두 차례 재청구했으나 삼성전자가 수신을 확인하고도 끝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법적 조치에 나섰다.
현재 액트에는 삼성전자 주주 1만4721명이 참여해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주식 인증을 마쳤다. 액트는 주주명부를 확보하는 즉시 최소 1만명 이상 주주에게 우편물을 발송해 주주권 행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주주운동본부는 국민연금과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에도 압박 서한을 발송했다. 민 대표는 "우리는 이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블랙록·뱅가드·캐피털그룹·노르웨이 국부펀드·스테이트스트리트 등 공시상 확인되는 상위 기관투자자에 서한을 발송했다"며 "이들이 굴리는 자금은 국민과 수익자의 노후 재산인 만큼 주주가치를 지킬 의무가 있고, 침묵은 그 의무의 방기"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주총 없이 자사주 성과급이 집행되면 다른 기업 노조도 같은 방식을 요구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법원과 정부 판단에 따라 노사가 결정해온 성과급 제도가 주주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사안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른바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는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와 조선, 정보기술(IT)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만큼 삼성전자 주주 반발이 어떤 결말을 맺느냐에 재계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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