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산업용 PE 필름 제조기업 '아이로보틱스'를 둘러싸고 이어져 온 현 경영진과 최대주주 측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해온 대영전자 측 핵심 인사가 주주제안이 아닌 이사회 추천을 통해 사내이사 후보에 오르면서 양측이 장기간 이어온 갈등을 봉합하고 협력 체제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로보틱스는 오는 6월30일 열릴 임시주주총회 소집 결의 정정공시를 통해 대영전자 측 핵심 인사를 포함한 신규 이사 선임 안건과 대규모 사업목적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이번 주총의 가장 큰 변화는 이사회 구성이다. 사내이사 후보로 김영규 대영전자 부회장과 박동화 대영전자 FA사업부 부사장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앞서 김영규 부회장 등 대영전자 측은 소액주주와 연대해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며 아이로보틱스 최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현재 김영규 부회장 외 2인이 최대주주 지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권은 사실상 케이휴머스 측이 유지해왔다. 김 부회장 측은 수차례 현 경영진 해임과 신규 이사 선임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현 경영진이자 2대주주인 케이휴머스 측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정관에 도입된 '초다수결의제'가 꼽힌다.
초다수결의제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이나 이사 해임 등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을 할 때 일반적인 결의 요건보다 높은 찬성 기준(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을 요구하는 제도다.
그동안 상당수 기업은 이 제도를 활용해 적대적 M&A 시도에 대응해왔다. 일반적으로 외부 주주가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초다수결의 조항이 존재할 경우 기존 경영진을 해임하거나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아이로보틱스는 양측 간 날 선 공방과 소송전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 임시주총 안건에 대영전자 측 인사가 '주주제안'이 아닌 '이사회 추천' 방식으로 상정되면서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양측이 일정 수준의 협력 체계를 구축했거나 갈등 완화를 위한 접점을 찾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사의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는 신사업 확대도 꼽힌다. 아이로보틱스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 제2조(목적)를 변경해 ▲마이크로파 레이더 제조·판매·개발업 ▲로봇 무인 자동화 시스템 개발 및 제조업 ▲전자부품 기계 제조업 등 13개 신규 사업목적을 추가할 예정이다.
특히 신규 사업목적에는 대영전자 계열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전자부품 기계 제조업, 비금속 제조업 등이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사업 협력 또는 시너지 창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방어벽이 강한 타깃 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추진하던 측의 핵심 인사가 이사회 추천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상 양측의 분쟁이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의 수, 임기 등을 함께 조정하는 만큼 양측의 지분 관계 정리나 공동 경영 체제 구축 등 구체적인 합의 조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이로보틱스 관계자는 "경영권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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