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DB손해보험의 자본 배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실적 둔화에 따른 비용 부담은 직원 보상 축소로 흡수한 반면, 계열사에는 경쟁 없이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고 있어서다. 내부에는 긴축을 적용하면서 외부 계열사에는 자금을 공급하는 흐름이 이어지며, 밸류업 정책의 실질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내부거래에 회사 자본이 유출되면서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마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의 지난해 개별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5349억원으로 전년(1조7724억원) 대비 13.4% 감소했다. 1조원 중반대의 이익 규모를 유지했지만, 이익 감소에 따른 비용 조정은 인건비 축소에 집중됐다.
올해 DB손보와 DB CSI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 성과급은 기본급의 450%로 책정됐다. 지난해 550%에서 100%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실적 둔화의 부담이 직원 보상 축소로 직접 전가됐다는 점에서 내부 긴축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반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미치는 그룹 계열사를 향한 자금 흐름은 오히려 유지·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손보는 올해 2분기 DB Inc.에 176억3170만원 규모의 IT(정보기술) 아웃소싱 및 시스템 구축 일감을 배정했다.
해당 계약은 경쟁 입찰 없이 전량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의구심을 키운다. DB Inc.는 그룹 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외부 경쟁을 배제한 채 내부 계열사로 수익을 이전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 계열사를 향한 자금 집행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DB손보는 DB저축은행에 567억원을 정기예금 형태로 예치했고, D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세컨더리 사모펀드에는 5000만달러(약 750억원)를 약정했다. 특히 해당 펀드는 투자금이 최대 11년간 묶이는 장기 구조라는 점에서, 단기 수익성이나 유동성 관리보다 계열사 지원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올해 1분기 MMF 및 채권 운용 과정에서도 DB증권을 중개인으로 활용했다. 자금 운용·투자·발주 등 주요 자본 배분 과정 전반에서 특수관계인 의존도가 높아지는 흐름이다. 내부 직원들의 성과급 예산은 축소하면서, 계열사에는 대규모 자본을 경쟁 없이 집행하고 있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두고 '비용은 내부로, 이익은 계열사로 이전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는 수의계약과 내부 거래는 자본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더 나은 조건을 확보할 기회를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회사 이익이 주주나 임직원이 아닌 그룹 계열사로 이동하는 '보이지 않는 자본 이전'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DB손보가 내세운 주주환원 확대 기조와도 충돌한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표면적인 환원은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현금흐름은 내부 계열사로 재배분되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배력 방어 구조와 맞물려 보면, 회사 자본이 주주환원과 별개로 '지배력 유지 및 그룹 지원'이라는 또 다른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급 축소로 비용을 줄이면서 계열사에는 경쟁 없이 자금을 배정하는 구조는 전형적인 오너 중심 자본 배분 방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밸류업 정책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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