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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지정 회피 영원무역...비껴간 사익편취 규제
권재윤 기자
2026.03.09 07:00:21
규제 공백 속 오너 2세 승계 진행…공시 의무·법적 감시 사각지대
이 기사는 2026년 03월 06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원무역그룹 지배구조 (그래픽 = 오현영 기자)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그룹 지배구조와 승계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계열사 누락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이 늦어지며 규제 감시가 느슨했던 기간 동안 오너 2세로의 승계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규제 공백을 통해 영원무역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을 사실상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성 회장이 2021~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제출한 자료에서 소속 회사 82곳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누락된 회사의 자산 합계액은 3조2400억원으로, 공정위가 지정 자료 허위 제출을 적발한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매년 기업이 제출한 계열사, 친족·임원 보유 회사 현황 등을 토대로 이른바 '대기업집단' 해당 여부를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내부거래 공시 의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영원무역그룹은 늦어도 2021년에는 자산 5조원을 넘어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됐어야 했다. 그러나 계열사 누락으로 2023년까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원무역은 2024년에 처음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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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해 규제가 느슨했던 기간 동안 영원무역의 2세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영원무역의 지배구조는 비상장사 YMSA가 정점에 서 있고, YMSA가 영원무역홀딩스의 최대주주, 영원무역홀딩스가 다시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이른바 '옥상옥' 구조다.


성 회장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YMSA 지분 100%를 보유해오다 2023년 3월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에게 50.1%를 증여하며 그룹 지배권을 넘겼다. 비상장사를 통해 지분을 이전할 경우 기업가치 평가 방식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성 부회장이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발생한 증여세 약 850억원의 재원도 논란이 됐다. 성 부회장은 이 자금을 YMSA로부터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YMSA는 증여세 마련을 위해 보유하던 대구 만촌동 빌딩을 영원무역에 매각했다. 당시 해당 건물의 장부가액은 약 430억원이었지만 실제 매각 가격은 588억원이었다.


또 영원무역과 영원무역홀딩스가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최대주주인 YMSA로 배당금이 유입된 점도 승계 재원 마련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YMSA 역시 고배당을 실시하며 성래은 부회장의 자금 마련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YMSA가 영원무역으로부터 받은 배당 수입은 2020년 48억원에서 2021년 79억원으로 늘었고, 2023년에는 157억원까지 증가했다. YMSA는 2023년 이례적으로 130억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만약 영원무역그룹이 일찍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면 이러한 승계 방식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할 경우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또는 그 자회사)는 사익편취 규제 감시 대상이 된다.


이 경우 비상장사를 통한 지분 증여나 증여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이뤄진 자산 매각, 내부거래 등 주요 거래 구조가 공시를 통해 시장에 공개됐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거래가 외부에 드러났다면 주주 반발이나 공정위 제재 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감시의 그물망이 훨씬 촘촘해진다"며 "승계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이를 회피하려는 유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원무역의 경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사 간 거래가 지금보다 제약을 받고 공시나 신고 의무 부담도 커진다"며 "그런 점에서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영원무역그룹 측은 "2022년까지는 자산 총액이 5조원이 되지 않아 공정위가 계열사 현황 등 핵심자료만 제출하도록 요청해 담당 실무자가 동일인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달라"라며 "과오를 인지한 뒤 자진신고 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 개선에 나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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