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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보다 갈등 해소' 먼저…출근도 못한 장민영 기업은행장
임초롱 기자
2026.01.26 07:00:24
총인건비 논란에 노조 출근 저지…300조 정책금융 시험대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3일 17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민영 신임 기업은행장. (제공=IBK자산운용)

[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첫날부터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 시위에 가로막히며 임기를 시작했다. 3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집행이라는 중책에 앞서 기업은행 내부에 수년간 누적된 노사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가 장 행장의 첫 번째 과제로 떠올랐다. 노조는 국책은행 특성상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야근해도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해 줄 해결사로 장 행장이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장 행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2026년 1월 22일까지다. 그러나 공식 임기 개시일 아침, 장 행장은 노조와의 대치 끝에 실제 출근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조는 장 행장 선임 자체가 총인건비 제도로 인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인사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가 문제 삼는 핵심은 총인건비 제도다.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인건비 총액이 엄격히 통제되면서, 실제로는 초과근무를 하고도 수당 대신 휴가로 보전받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초과수당 대신 지급된 휴가 중 미사용 일수는 1인당 평균 35일로,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600만원, 전체 직원 기준으로는 약 780억원에 달한다.


노조는 이 같은 문제를 단순한 임금 갈등이 아닌 '사실상 체불'로 규정하고 있다. 총인건비 한도를 이유로 지급 여력이 있음에도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말 총파업까지 단행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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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이번 기업은행장 임명과 맞물려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노조는 장 행장을 두고 "경력 대부분이 기업은행 내부에 국한된 관리형 후보"라며 "대통령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도 개선을 관철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의 명확한 약속을 가져와야 기업은행에 발을 들일 수 있다"며 사실상 정치·정책적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장 행장을 발탁하며 기대했던 안정적 리더십과는 정반대의 반응이다. 금융위는 장 행장이 35년간 기업은행과 IBK자산운용에 몸담으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내부 갈등을 관리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장 행장은 기업은행 자금운용부장, IBK경제연구소장, 강북지역본부장,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을 거쳐 IBK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금융 전문가다.


장 행장은 이날 아침 출근하려다 노조들과의 대치 끝에 자리를 떠나며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있었기에 저 역시 기업은행 임직원들의 소망을 잘 알고 있다"며 "노사 간 합심해 이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개인의 리더십을 넘어 국책은행 지배구조와 정책금융 운영 방식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인건비 제도가 유지될 경우 신임 행장이 누구든 노사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기업은행 노조의 임금체불 문제가 언급되자, 이 대통령은 "총인건비를 정해 놓으면 돈이 있어도 지급하지 못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며 "정부가 법률을 위반하도록 강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장 행장이 직면한 과제는 단순한 노사 협상이 아니라, 총인건비 제도를 둘러싼 정부·금융당국·노조 간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도 개선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노사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외적으로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을 수행하기 위해 300조원 규모 정책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중책을 동시에 떠안았다. 내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정책금융 집행의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과제는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맞물린 과제로 평가된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생산적 금융을 300조원 이상 지원하는 'IBK형 생산적 금융 30-300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첨단·혁신산업과 창업·벤처기업, 지방 소재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이 가운데 250조원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장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정책자금을 선별적으로 집행해 산업과 지역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국책은행으로서 포용금융 강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기업은행은 소상공인 생애주기별(창업·경영애로 해소·도약) 종합 지원과 서민·청년 등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중심으로 포용금융을 확대할 방침이다.


건전성 관리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책금융 집행 규모가 수백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기업은행의 주 고객층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부실이 가장 먼저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1.35%로, 2022년 0.85%, 2023년 1.05%, 2024년 1.34%에 이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총연체율 역시 2024년 말 0.8%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1%를 넘어섰다.


취임 첫날부터 출근조차 하지 못한 장 행장의 모습은 기업은행 내부 갈등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책금융 집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신임 행장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금융이 아닌 '노사 갈등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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