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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여당·신중한 한은…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지연'
한진리 기자
2025.12.17 10:00:17
달러 스테이블코인 본격화에도 정부안 제출 늦어져…글로벌 경쟁 우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6일 14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여당 주도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핵심 쟁점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제도화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은행 지분 요건을 둘러싼 당국 간 평행선이 이어지자 연내 정부안 제출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만 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중 디지털자산 기본법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입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TF는 내달 중 법안을 발의한 뒤 내년 상반기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안 마련을 둘러싼 당국 간 조율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이달 10일까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금융위와 한국은행이 은행 지분 요건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마감 시한을 넘겼다. 현재도 양측은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단기간 내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당은 연내 정부안 제출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행이 요구하는 은행 지분 51% 요건과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이견이 뚜렷해 협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통화 안정성과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이유로 은행 주도의 발행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위와 업계는 과도한 제약이 시장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민간 발행 통화'로 기능할 수 있는 만큼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성 훼손 가능성을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환매 요구가 발생할 경우 유동성 경색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고, 발행 주체의 신용도에 따라 통화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 지분 51% 요건과 보수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요구하는 배경 역시 위기 발생 시 최종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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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미국과의 단순 비교에도 선을 긋고 있다. 달러는 이미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원화는 국제 통화 위상이 제한적인 만큼 동일한 규제 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래픽=챗GPT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제도화 지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이 기존 통화 발행 권한과 영향력을 지키기 위한 '기득권 싸움'에 나서면서 법제화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정성 논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글로벌 경쟁 환경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미국이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며 달러 디지털 패권 전략을 밀어붙이는 시점에 한국만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며 "국제 경쟁이 이미 시작됐는데도 밥그릇 싸움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며 달러 디지털 패권 강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과 대비된다. 미국은 지난해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이른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통과시키며 규율 체계를 정비했다. 내년 1월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가 세부 시행령을 발표하면 서클(Circle) 등 주요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글로벌 은행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030년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법제화 시계가 계속 늦어질 경우 적절한 대응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며 국제 무역·금융 질서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데 한국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 경쟁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제도 논쟁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둘러싼 경계론도 나온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과 신탁사, 자금이체업자로 제한해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시장 규모는 글로벌 경쟁에서 사실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지나친 규제는 시장을 비포장도로처럼 만들어 발행 목적과 산업 경쟁력 모두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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