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최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샤오미 15 울트라 두 대를 선물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신 기종인 샤오미 17이 아니라 굳이 이전 모델인 샤오미 15를 선물한 것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탑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양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재된 샤오미 15 울트라를 선물하면서 한중 무역 갈등을 줄이고 협력의 염원을 담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 중국 OLED 패널 업체들이 국내 기업과 특허 분쟁에 직면해 있어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시 주석이 중국 최대 통신·기술 기업인 화웨이의 스마트폰이 아닌 샤오미가 선물 한 이유는 '한국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5일 한국에 출시된 샤오미 15 울트라의 디스플레이는 6.73인치 LTPO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로, 해상도는 3200×1440, 최대 밝기는 3200니트(nit)다.
대부분의 물량은 TCL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에서 공급했으며, 일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 지역에서 출시된 제품 중 일부에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한국 부품이 들어간 제품을 선물한 것은 한중 간 기술 협력의 의미를 담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화웨이 스마트폰의 인지도가 높고 좀 더 하이엔드 라인업을 판매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이 탑재된 샤오미 제품을 선물해 한중 협력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지난 9월 25일 최신 시리즈인 샤오미 17 시리즈를 냈다. 최신 제품이 아닌 샤오미 15 시리즈를 선물한 것은 신제품에는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샤오미 17 시리즈의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 공급망에서 빠지고, 중국 업체인 TCL 차이나스타(CSOT)가 패널을 전량 독점 공급한다. 최상위 모델인 프로맥스 기준 6.9인치 LTPO AMOLED로 최대 밝기는 3500니트, 해상도는 전작과 동일하다.
무엇보다 샤오미 17 시리즈에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망을 피할 수 있는 구조의 OLED 패널을 차용하면서 한국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될 우려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샤오미가 전량 CSOT 패널을 채택한 것은 단순히 기술적 이유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망을 피하면서 중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이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많이 따라왔고 LCD 시장의 경우 중국이 시장을 장악한 만큼 한국 패널이 들어가 있지 않은 샤오미 17은 '한중 협력의 상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중국 OLED 패널 업체들이 국내 기업과 여러 특허 분쟁에 직면해 있는 만큼 최대한 이슈를 피해가려고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샤오미 15 울트라에는 스마트폰에 흔히 쓰이는 다이아몬드 펜타일(Pentile) 구조가 적용된 반면 샤오미 17 프로맥스에는 CSOT이 파인메탈마스크(FMM) 공정으로 양산한 S-스트라이프(Stripe) 형태의 '리얼 RGB(Real RGB)' 구조가 탑재됐다.
다이아몬드 펜타일 구조는 하나의 픽셀이 적색(R), 녹색(G), 청색(B) 서브픽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형태로 G 서브픽셀이 R·B 픽셀과 공유되는 구조다. 적은 픽셀 수로도 높은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어 전력 효율이 중요한 스마트폰에 주로 활용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관련 특허를 사들여 상용화한 기술이다.
반면 S-스트라이프는 모든 픽셀이 R·G·B 서브픽셀을 모두 보유하며 직선 S자 형태로 배치된다. 펜타일 구조보다 픽셀 표현력이 우수하지만, 공정 비용이 높아 가격대가 높은 모니터나 태블릿에 주로 쓰인다. 삼성전자는 2012년 '갤럭시 노트2'에 S-스트라이프 방식의 AMOLED 패널을 탑재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이아몬드 펜타일 구조와 관련한 강력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특허들은 다른 기업의 펜타일 OLED 개발 진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해왔다. 이에 CSOT의 리얼 RGB는 시각적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삼성디스플레이 특허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적 기술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샤오미가 CSOT 패널을 사용한 것은 중국의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기술력이 일정 궤도에 오른 것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가 패널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기술력 제고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굳이 고가의 삼성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공급받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직 애플 아이폰 수준의 기술력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중국 업체들이 점차 격차를 좁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레노버의 '모토로라 레이저 60' 시리즈에 LTPO 기반 폴더블 OLED를 공급했고 최근에는 삼성디스플레이·BOE·비전옥스에 이어 잉크젯 방식의 8.6세대 IT OLED 라인 구축에도 나서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이용량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LTPO 기술력이 향상된 만큼 비싼 삼성디스플레이 LTPO 패널을 굳이 채택할 필요가 없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플렉시블 패널의 경우 2023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의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2023년에는 물량이 잡히지도 않았고, 지난해에는 연간 약 40만대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CSOT과 새로 공급 계약을 맺은 만큼 당분간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이 대량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 OLED 패널 업체들이 여러 특허 분쟁에 직면해 있는 만큼 완벽히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망을 회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BOE와 티엔마를 비롯한 중국 디스플레이사는 한국 기업들과 특허 관련 소송을 수십건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재료와 소재 관련 중국 기업들은 한국 등 외국 유기재료 기업들의 합성 레시피 등을 도용한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최근 자체 특허를 등록하기 시작했지만 납품되는 재료가 사실상 복제됐다는 인식도 있다"며 "다만 중국 내 보안이 삼엄해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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