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올해 3분기 일반회사채(SB) 발행액이 최근 5년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통상 휴가철이 겹치는 3분기는 채권 발행이 줄어드는 시기지만, 올해는 하반기 마지막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3분기 SB 발행규모는 13조2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3분기 발행액은 ▲2021년 10조3130억원 ▲2022년 5조9730억원 ▲2023년 7조7280억원 ▲2024년 11조6160억원 등으로 가장 큰 규모다. 특히 2022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통상 3분기는 SB 발행량이 커지는 시점이 아니다. 휴가철로 발행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연초에 필요한 자금을 넉넉히 확보한 뒤, 추가적으로 급히 필요할 때만 추가 발행에 나서는 전략을 취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올해 마지막 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점쳐지면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다.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 전 비교적 높은 금리에 채권 투자에 나서려는 심리를 고려한 전략이다. 실제 올해 금리 인하가 이번 통화정책 사이클의 마지막 조정일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았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의 올해 세 번째 금리 인하 단행 시점을 11월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10월이 유력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과 금융 안정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 나오면서 시점이 다소 늦춰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 속 우량 그룹사들은 3분기 채권시장에 대규모로 등장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6000억원), SK(4300억원) 등이 시장에 나오며 총 1조7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어 롯데그룹도 롯데쇼핑(3000억원), 롯데칠성음료(2500억원) 등이 시장에 나서며 총 1조540억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BBB급 비우량 신용도를 가진 기업들 역시 고금리를 앞세워 시장 문을 두드렸다. SLL중앙(BBB0), 한진(BBB+), 이랜드월드(BBB0), 두산퓨얼셀B(BBB0), JTBC(BBB0)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고금리 전략에도 기업별 펀더멘탈 이슈로 일부는 모집액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등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선별적 투자 기조는 여전히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올해 4분기도 비우량채들의 발행이 활발할 전망이다. 4분기에 신규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을 영위할 수 있는 증권사를 선정할 예정이어서다. 기업금융 의무 비율과 모험자본 비중 확대 등의 준수 기준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증권사의 A등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투자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관계자는 "4분기에도 기관 북클로징, 기준물 변경 등과 관련한 경계감이 존재하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효함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