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조선업 생산 현장과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쟁의행위의 상시화와 단체교섭 폭증이 이어진다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등 한미 협력사업의 경영상 예측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오션도 하청노조 간 4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 취하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합의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 움직임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자칫 대형 한미 협력사업의 수주와 진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조선·자동차·철강·건설 등 13개 업종은 공동성명을 내고 "노조법 개정안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시행될 경우,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노동조합법 제2조의 사용자 개념 확대와 제3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산업 현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노란봉투법 부칙에 '제3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부터 적용한다. 다만 제3조2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전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해당 문구가 과거 쟁의행위에도 손해배상 책임 제한을 적용함으로써 기업 입장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역시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행위일로부터 10년'이라는 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윤기 로펌 로우 변호사는 "별도의 기간 명시가 없더라도 3년, 10년의 제한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판결이 나오지 않았거나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사안의 경우 소급 적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조) 간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손배소) 소송 역시 장기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하청노조는 지난 6월 중순부터 민주당 중재 아래 거액의 손배소 취하 논의를 여러 차례 이어왔다.
오히려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함에 따라 현장에서는 불확실성과 혼란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잠정 합의문이 공개되긴 했으나 여전히 양측은 원만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 측은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청지회는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핵심은 소송 취하 자체가 아니라 원청인 한화오션이 사용자임을 인정하고 직접 단체교섭에 나서는 것이라며 각을 세우는 중이다. 하청지회는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음에도 현장 노동자는 여전히 임금체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며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가 많고 헌법상 노동 3권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노사 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예측하기 어려운 법적 리스크로 인해 경영 현장에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한미 함정정비(MRO)와 MASGA 등 대형 한미 협력사업의 수주와 진행이 쟁의행위 확대로 차질을 빚거나 좌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하나의 공정만 멈춰도 전체 선박 납기와 품질에 차질이 생긴다"며 "미국과의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파업·노사갈등 리스크와 협력사와의 불안정한 관계는 외국 선주와 정부에 신뢰 저하, 공급망 리스크로 간주될 소재"라고 토로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법 개정이 현장과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정부와 국회, 노사 모두 신중히 논의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 하에서는 근로조건 결정 과정에서만 쟁의행위가 가능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근로조건 전반(이미 결정·시행 중인 사항 포함)으로 쟁의 대상이 확대돼 단체교섭 종료 후에도 추가 파업 등 쟁의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법이 통과되면 2200여 협력사와 교섭해야 하는데 이는 인력·행정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정 한 곳만 멈춰도 선박 전체 납기가 흔들린다"며 "상시적 쟁의 리스크는 발주처 이탈을 불러오고,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갖고 있던 유일한 우위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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