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IBK기업은행이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부행장 인사를 유예하면서 수년간 유지해 온 '원샷 인사' 관행에 변화를 줬다. 통상 상반기(1월)와 하반기(7월) 두 차례 실시되던 정기인사에서는 일반 직원부터 부행장급까지 동시에 인사를 단행해 왔지만, 이번에는 본부장급 이하 인사만 이뤄졌고 부행장급 인사는 빠졌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2023년 취임 이후 '원샷' 인사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고위직 인선을 뒤로 미뤘다. 인사가 미뤄진 만큼 김 행장의 숙고도 다소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행장급 인사가 향후 마무리되면 내부통제 강화와 인사적체 해소라는 조직 쇄신 코드가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이번 하반기 정기인사에서는 본부장급 승진자 12명을 포함해 총 2714명의 승진·이동 인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부행장급 인사는 대상에서 제외되며, 김 행장이 보다 신중하게 고위진 구성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은행 하반기 정기인사 대상 부행장은 총 4명(박봉규·현권익·김태형·이장섭)이다. 이중 박봉규·현권익 부행장은 기본임기 2년에 1년 연임까지 마쳐 퇴임이 확정됐다. 김태형·이장섭 부행장은 2023년 7월 15일 선임돼 2년 임기를 마친 상태지만 현재 직은 유지하고 있다. 경영전략그룹을 맡고 있는 김 부행장과 준법감시인인 이 부행장은 모두 지난 구성된 'IBK 쇄신위원회'의 내부위원이기도 하다.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향후 있을 인사에서 4명의 신임 부행장이 선임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우선 퇴임이 결정된 부행장 2인에 더해 준법감시인까지 바뀔 것이란 전망에서다. 일반 부행장과 달리 준법감시인의 경우 연임 없이 2년 임기만 맡고 퇴임 수순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이 부행장 역시 이같은 선례와 부당대출 여파 영향 등을 감안하면 퇴임이 유력해 보인다.
앞서 공석이 된 부행장 자리 역시 이번 인사에서 다시 채워질 수 있다. 지난 3월 박일규 부행장이 중도 퇴임하면서 디지털그룹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현재 디지털그룹은 김형일 수석부행장이 직접 맡고 있다.
반면 김태형 부행장의 경우 1년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기업은행의 전략통으로 꼽혀온 그는 전략기획부장,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2023년 부행장으로 선임돼 카드·연금사업그룹장을 맡았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서 경영전략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기업은행에 전반적인 사업전략을 총괄해왔다.
김성태 행장은 취임 이후 총 14명의 부행장을 선임하며 인사 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취임 첫 해인 2023년 상반기에 김인태·김운영을, 같은 해 하반기에 김태형·이장섭 부행장을 신규 선임했다. 비정기로는 김형일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의 후임 인선으로 유일광 부행장을 집행간부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총 5명의 부행장(박일규·오은선·김학필·백상현·정성진)을 상·하반기 선임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4명의 부행장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당초 3명이 교체될 것이란 예상보다 더 큰 변화폭을 줬다.
이같은 행보는 심화된 인사적체를 점진적으로나마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풀이된다. 임원 및 계열사 대표들의 임기 보장 전통이 지속되고 외부 환경에 따라 교체 시기가 지연되는 기업은행의 특성으로 인해 인사적체는 줄곧 내부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저해하는 핵심 중 하나로 꼽혀왔다.
내부 출신인 김 행장 역시 이같은 문제를 단계적으로 임원 인사에 반영해 변화를 주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부행장 '2+1' 임기 공식 역시 무조건 적용시키지 않았다. 김 행장의 취임 이후 임기 만료를 맞은 부행장 중 일부는 2년 임기만 마치고 퇴임 수순을 밟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 유예된 인사는 단순히 시기를 늦춘 것이 아니라, 내부통제 강화와 거버넌스 개편이라는 중장기 쇄신 작업과 연계된 전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관측이다. 앞서 출범한 'IBK 쇄신위원회'의 활동과도 맞물려, 향후 발표될 부행장 인선이 기업은행의 쇄신 기조와 조직문화 개선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행장이 인사를 통해 단순한 인적 교체를 넘어 조직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