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HB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시가배당률은 무려 12%를 상회한다. 주권을 매수하면 연 12%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증시에 상장한 벤처캐피탈(VC)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전 상장사를 통틀어서도 '배당왕' 수준이다. HB인베스트는 고배당 정책 외에도 투자 회수 성과와 펀드레이징 실적까지 더해 주주들 사이에서 주가 반등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보통주 평균 시가배당률은 3.1%, 코스닥 평균 시가배당률은 2.5% 수준이다. 전체 평균치를 감안하면 HB인베스트의 배당률은 평균의 4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배당 성향이 높은 리츠주나 우선주의 5~7%대 배당률과 비교하더라도 두 배 수준이다.

HB인베스트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당 200원의 현금배당을 유지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배당 절대액은 크지 않지만 당기순이익 대비 비율인 배당 성향은 지난해 기준 89.81%에 달한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이 26%였던 걸 감안하면 세 배가 넘는다. 높은 배당 성향은 새 정부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정부는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상장법인에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는 배당 촉진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주가도 올 들어 반등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10일 HB인베스트는 장중 1501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이후 19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지난 13일 2095원을 기록해 2층으로 올라섰다.

HB인베스트 주가 상승은 단지 배당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금 회수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뷰티 브랜드 달바글로벌이다. HB인베스트는 '2019HB성장지원투자조합'을 통해 달바글로벌에 투자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지난달 코스피에 상장하자 보유 지분 중 35%만 매각해 약 167억원을 회수했다. 투자원금 대비 24배의 수익률이다. 잔여 보유 지분 65%를 비슷한 주가에 회수한다면 약 32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 실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삼양컴텍도 지난 4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가방 제조 전문 기업 성진아이앤씨와 의류 브랜드 마르디메르크디를 운영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 등에도 신규 투자했다.

청산 예정인 펀드들이 이미 성과보수 구간에 진입한 만큼 올해 수익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청산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는 ▲2015 에이치비기술사업화벤처투자조합(400억원) ▲에이치비성장지원엠앤에이투자조합(615억원) ▲HIB-KIS 2019 투자조합(140억원) ▲HB-KIS 2018 투자조합(159억원) ▲HB청년창업투자조합(750억원) 등 5개다.

최근에는 산업은행과 신한자산운용이 추진한 혁신사업펀드 소형 분야에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펀드레이징에서도 성과를 냈다. HB인베스트는 출자금 350억원을 활용해 최소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HB인베스트가 지난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 따라 배당 축소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순이익이 감소하면 배당 여력도 줄어들 수 있어서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억7000만원, 3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각각 51.8%, 83.6% 감소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4억4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76.2% 줄었다. 국내 증시 부진에 따라 지분법이익이 감소하면서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HB인베스트는 중장기적인 회수 실적은 견조할 거라 보고 1분기 실적 하락과 무관하게 앞으로도 고배당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우스 관계자는 "배당은 주주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배당 규모를 축소한다거나 변경할 계획은 없다"며 "고배당 전략과 투자금 회수 성과 등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