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JKL파트너스가 국내 세탁 프랜차이즈 1위 업체 크린토피아 매각 자문사로 삼정회계법인 등 국내사를 배제하고 사실상 UBS를 내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JKL은 자문사 계약을 체결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JKL은 삼정KPMG 등 국내 회계법인을 최종 매각 자문 후보에 올렸다가 최근 글로벌 원매자를 물색할 수 있다고 제안한 UBS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자였던 삼정은 낙마했고, 삼일회계법인은 공동 주관사로 들어가 회계실사 등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주관 경쟁의 희비를 가른 건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삼정 등은 매각절차 방식을 두고 일반적인 인수합병(M&A) 전형을 전제했다. 불특정 다수 원매자 수십 곳에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보낸 뒤 예비 입찰을 진행하고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추려 본입찰 및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절차다. 

반면 전 크레디트스위스(CS) 한국대표로 UBS 합병 후에도 살아남은 이경인 대표가 이끄는 UBS M&A팀은 개별협상 방식을 제시했다. M&A 과정에서 기업정보를 불특정 다수에 살포할 경우 프랜차이즈 기업 특성상 고유의 사업 노하우가 경쟁자들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예민하게 살핀 것이다. 이 경우 사실상 거래 완결 가능성이 없는 가짜 원매자들이 들끓고 찔러나 보자는 식의 입찰제안이 나타날 수도 있다. 

게다가 크린토피아가 현 시장에서 인수 매력도가 높은 매물인 만큼 공개입찰로 진행하기보다 개별협상(프라이빗 딜)에 나서는 것이 매각자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한 전략이라고 제시했다. 강하게 인수 의향을 보이는 원매자 소수와 조용한 일대일 협상을 각자 진행한 후 한 곳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 종결력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삼일회계법인 출신으로 노무라증권과 CS를 거쳐 외국계뱅커가 된 이경인 대표가 거래 특성 및 경쟁사 약점을 활용해 허를 찌른 셈이다. 이 때문에 이경인 대표의 선배로서 삼정의 하병제 대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JKL은 앞선 자문사 후보들의 매각 계획서를 두루 살핀 후 UBS를 내정했다. UBS가 경쟁사들과 비교해 해외 원매자들과의 협상에 용이하다는 점도 가점요인이었다. UBS가 기존 거래선 가운데 복수의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를 미리 소개했다는 후문이다. 

자문사 선정이 일단락 되면서 본 매각 절차는 하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세탁업은 계절이 바뀌는 여름철에 수요가 몰린다. 여름을 지낸 최대 실적을 계상해 희망가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크린토피아는 세탁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전국에 30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업계 1위 기업이다. JKL은 2021년 5호 블라인드펀드로 이 회사 지분 100%를 약 19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호텔 세탁 전문업체 크린워시를 인수해 기업 간 거래(B2B)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 수익구조를 개선했다. 또 O2O(Online to Offline)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해 주문 시스템을 간편화했고 운영 효율도 높였다는 평가다.

크린토피아는 뚜렷한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매출 795억원, 영업이익 42억원에서 2023년 각각 965억원, 119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매출 2797억원, 영업이익 311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90억원에서 244억원으로 뛰었다. 예상 매각가는 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