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 보라(BORA)가 진행하는 사업마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하는 싱가포르법인과 아랍법인은 2022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보라는 과거 카카오와 두나무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NFT 시장 침체와 온보딩 게임 개발 실패로 인해 그룹 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보라는 5일 오전 10시 기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12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고점인 2275.71원 대비 약 94% 하락한 수치다. 시가총액은 약 1300억원대로 고점 대비 약 92% 감소했다. 

메타보라는 국내 주요 IT 기업 카카오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투자를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카카오게임즈가 2021년 5월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와 보라 발행사 웨이투빗을 합병하며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다. 대형 IP 카카오프렌즈 연계, 크로스체인·온보딩 확장 가능성, 글로벌 진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금이 몰리며 2021년 11월25일 시가총액이 약 1조9575억원대까지 올랐다.

이후 프렌즈게임즈는 2022년 2월 사명을 메타보라로 변경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게임뿐만 아니라 카카오 계열사 안에서도 시너지를 낸다는 명목에서다. 당시 떠오르던 NFT와 P2E(Play To Earn) 사업에 본격 투자하며 국내 최대 IT 기업의 블록체인 부문 문어발식 확장이 본격화하는 듯 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하는 메타보라 싱가포르법인은 사업 초기인 2022년부터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업 초기인 2021년 메타보라 싱가포르법인 'BORANETWORK. PTE. LTD.' 자산은 7만9504원에 불과하다. 

싱가포르법인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2년 'METABORA SINGAPORE PTE. LTD.으로 사명을 바꿨고 자기자본이 약 -175억2420만원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당시 순손실 금액은 약 175억2531만원에 달했다. 이후 2023년엔 자기자본은 약 -1156억9961만원, 순손실액은 약 107억3044만원을 기록했다.

2024년엔 블록체인 운영 계열사 소재지를 아랍에미레이트로 옮기며 아랍법인과 싱가포르법인 두 곳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이를 합산하면 2024년 자기자본은 약 -255억8000만원, 순손실액은 137억5275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완전 자본잠식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수익 구조 개선 방안이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보라 네트워크 내 온보딩 게임 수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가 수익을 내기 위해선 많은 게임을 메인넷에 추가하고 아이템 등을 판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기반마저 다져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 보라 네트워크에 온보딩 돼 있는 게임은 '아키월드PFP'와 '버디샷' 2개밖에 없다. 버디샷은 메타보라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P2E 캐주얼 골프 게임이다. 해당 게임은 캐릭터 NFT와 골프장 멤버십 NFT를 발행해 판매하고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아키월드 PFP는 인기 MMORPG '아키에이지'의 블록체인 버전이다. 게임 내 캐릭터와 자산을 NFT로 변환해 유저 소유권을 보장하고 우선권 등 혜택을 부여한다. PFP NFT 자체로 수익 창출 기대는 제한적이며 실사용보다는 소유와 커뮤니티 상징 혜택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국내에선 P2E 게임 서비스가 금지돼 있다. NFT 시장은 세계적으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사실상 온보딩 돼 있는 게임마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직접 개발에 나섰던 게임도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개발 단계에서 프로젝트가 멈췄다. 보라배틀, 컴피츠 등은 메타보라가 네트워크 온보딩을 목적으로 협력사와 개발에 나섰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메라보라 측은 "사업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며 "추후 카이아 기반 웹3 게임·콘텐츠 서비스 연계 강화를 위해 여러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가시화하는 시점에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반 팬커뮤니티 플랫폼 '버디스쿼드'도 카카오VX의 NFT 사업 철수로 출시 약 1년 만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메타보라 관계자는 "현재 블록체인 게임 시장 자체가 좋지 않다 보니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사업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