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제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빅2'의 발길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같은 날 대한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을 찾아 장년층 표심 잡기에 나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를 예방해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로 짧은 시간에 압축성장을 해냈다"며 "우리나라가 이같이 성장, 발전하고 국제적으로 위상이 커진 데에는 어르신들의 큰 역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 선배 세대가 가진 지혜와 혜안을 후배 세대들에게 많이 전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은 "존경하는 이 후보님이 바쁜 유세 일정 가운데 찾아와 주신 것에 대해 1000만 노인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어서 "이 후보는 국민 삶의 현장에서 서민들과 소외된 이웃 사회적 약자와 걸어오고 시장과 지사를 역임하며 강력한 추진력과 실천력을 보여줬다"며 "이 후보의 어르신 공약은 노인회와 전국의 어르신에게 희망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대한노인회 수장을 맡으며 장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2017년 7월부터 2020년 8월 제17대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을 지낸 뒤, 2024년 10월에 다시금 19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특히 대한노인회는 한때 민주당과 불편한 기류가 흘렀던 단체다. 2023년 민주당이 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노인폄하 논란을 일으키면서다.

당해 7월 김 전 위원장(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청년 좌담회 자리에서 과거 아들과 나눴던 대화 중 일부를 언급하며 "둘째 애가 중학생 때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1 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고 언급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은 노인 비하 논란으로 확산됐고, 그 여파로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조기 해산됐다.

이 후보의 이날 예방은 대한노인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라는 평가다. 나아가 보수적 성향이 강한 어르신 표심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같은 날 서울 중구 부영 태평빌딩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간담회 일정을 소화했다. 김 후보는 부영그룹의 '1억 출산장려금 제도'를 언급하며 이 회장을 추켜 세웠다. 

김 후보는 "처가가 순천인데 아내가 늘 '순천이 낳은 인물 중에 이중근 회장님이 최고'라고 한다"며 "특별히 감명 받은 부분은 아기를 하나 낳으면 무조건 1억씩 주는 부영의 정책인데, 이게 바로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영그룹은 지난해부터 출산한 직원을 대상으로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 후보는 또 "어르신들의 건강을 국가가 챙겨서 자식 눈치를 안 보게 하겠다"며 "가족 간병시에는 최소 월 50만원을 지원하고, 65세 이상 배우자에게는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치매노인 주간보호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도 최대한으로 늘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