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지난해 정제마진 악화로 대부분 영업이익률이 2%에 미치지 못했던 정유업계가 올해도 수익성이 반등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이례적인 증산 결정을 내리며 성수기를 앞둔 정유업계에 악재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 몇주간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 정유업계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4곳이다. 이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0.3%, 0.9%, 0.6%, -0.2%다.

이는 정제마진 약세와 무관치 않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 수송, 운영비를 차감한 값으로 정유업계 수익을 가늠할 수 있다.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핵심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1분기 4~6달러를 맴돌았다.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이 5~6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이익을 내지 못하고 판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OPEC +가 갑작스러운 증산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3년 넘게 지속된 감산 전력을 폐기하고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산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브렌트유는 59달러 아래까지 내려갔고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월 중순에는 80달러 수준이었다.

이는 정제마진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지난 6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58달러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그러나 증산 결정으로 인해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이뤄지며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정제마진 개선으로 반등을 노리던 정유사들의 기대가 유가 하락으로 암초를 만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향후 다가올 2개 분기는 항공 수요가 급증하는 성수기다. 여름 휴가철이 포함돼 석유 제품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맞물려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 기회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정유는 장치산업이라 대규모 구조조정이 어렵다. 초창기 대부분 투자가 이루어진 데다 자동화가 완료돼 인력이 이미 최소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유업계도 자금조달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8000억원, 에쓰오일은 44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500억원의 회사채와 3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했다. GS칼텍스도 회사채로 1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정유사 4곳이 모두 외부 자금 조달로 눈을 돌린 셈이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2024년 글로벌 경기 하강,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수요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글로벌 정제설비 순증설 규모가 석유 수요 증가 수준을 상회하면서 수급 상황이 저하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5년 들어서도 중국 경기 불확실성,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수요 정체 등에 따른 정유부문의 수급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