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건 드라마의 한 장면일 뿐, 현실은 상상과 조금 달랐다. 전용 엘리베이터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었다. 강남파이낸스센터 25층에 위치한 삼성증권 'SNI 패밀리오피스센터'의 첫인상은 '깔끔하다'였다. 잘 정돈된 오피스를 방문한 느낌을 받았다. 고객을 맞이하는 안내데스크와 복도를 따라 쭉 이어진 상담공간은 보통의 기업 회의실 같은 인상을 줬다.

다만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보통의 직장인과 거리가 먼 VVIP, 초고액 자산가들이다. 사전에 예약을 하고 약속된 고객만 주로 방문한다. 삼성증권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은 최소 300억원 이상의 자산을 삼성증권에 예탁하고 있다. 다른 금융권 예탁 자산을 포함하면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맡기고 있다.

1000억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가진 이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삼성증권이 어떤 서비스로 이런 초고액 자산가들을 만족시키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삼성증권의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인 SNI(Success & Investment)와 법인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정연규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연규 상무는 다양한 고객들이 있는 만큼 관심사도 모두 다르다고 단언했다. 패밀리오피스가 주식, 채권, 부동산, 코인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은 물론 재무, 세무, 회계, 상속, 리서치, IB, 교육 등 전 분야를 망라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다. 이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개인 PB가 아닌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상무는 "처음에는 전통적인 자산가 고객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스타트업 오너나 엑시트한 투자자 등 신흥 부유층이 꽤 많다"며 "요청사항이 다 다양하기 때문에 PB 한, 두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30억원 이상도 굉장히 초우량 자산가들이지만 그 이상의 레벨이 있다"며 "자산 규모가 틀리다 보니 투자 패턴도 다르고 요구하는 바도 달라 그 니즈(NEEDS)를 충족하기 위해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2010년부터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전담 브랜드인 'SNI'를 출범시키고, 초부유층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해 왔다. 이후 2022년 뉴리치 전담센터인 'The SNI Center'를 오픈했으며, 올해 1월엔 패밀리오피스 전담 지점인 'SNI 패밀리오피스센터'를 정식 오픈했다.

정 상무는 "(패밀리오피스가) 국내에서는 최초지만 미국 등 해외에선 굉장히 일반화된 개념"이라며 "최근에는 동남아 지역, 싱가포르나 홍콩 등에서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선 패밀리오피스가 시작되는 단계"라며 "한국 실정에 맞게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이 가장 만족하는 서비스는 패밀리오피스 전용상품과 가문별 전담위원회다. 삼성증권은 패밀리오피스 고객만이 참여하는 클럽딜(Club Deal) 상품과 삼성증권 자기자본과 함께 투자할 수 있는 공동투자(Co-Investment)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프라이빗 딜, 리서치, IB, 국내외 세무/부동산, 인사/조직문화 등 관심분야에 대해 총 60명의 삼성증권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가문별 전담위원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문의 자산관리는 물론 기업경영 솔루션, 상속, 유언장 작성, 부의 이전 등 비재무적 헤리티지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정 상무는 "일반 고객들이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패턴의 투자 기회와 함께 패밀리 오피스 가입 가문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업 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정 상무는 "항상 (삼성증권이) 먼저 하다보니 저희가 하는 게 (업계의) 기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저희의 서비스를 다른 곳에서 따라 하기도 한다"며 "금융업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업은 핸드폰 팔 듯이, 규격화된 공산품처럼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결국 회사가 가지고 있는 철학, 고객을 대하는 자세 등에서 차이가 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결국은 기업의 운영 철학과 이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 상무는 "1년에도 많은 딜들이 들어오지만 실제로 고객에게 제공하기까지 많은 검토와 논의 과정을 거쳐 상당히 소수의 딜만이 전달된다"며 "고객의 자산이나 수익률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타사보다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회사의 수익만을 생각해서 고객에게 상품을 다 소개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런 부분들이 고객들도 삼성증권에 더 기대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정 상무는 자산관리(WM)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삼성증권 대치지점, Fn Honors타워팰리스점, 도곡지점을 거쳐 SNI강남파이낸스센터 팀장, SNI삼성타운금융센터 지점장 등을 역임했다. 주로 강남지역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를 책임져온 셈이다.

올해 초 SNI/법인전략담당을 맡은 정 상무는 현재 삼성증권의 초고액 자산가들과 패밀리오피스 고객을 책임지고 있다. 앞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연세대 금융전문가과정, 성균관대 WM 마스터 과정 등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