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현대제철이 철강 업황 부진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연 2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는데, 매년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현대제철은 '지속성장 가능한 철강사'라는 방향성에 맞춰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중립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는 중이다. 

현대제철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1522억원으로 집계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회사가 최근 몇 년 간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지속적으로 경신해 왔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사업보고서(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구개발비를 파악한 결과, 현대제철은 2021년 2053억원으로 2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22년 2456억원 ▲2023년 2540억원 순으로 3년 연속 연구개발비를 늘려왔다.

사실 현대제철의 연구개발비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부터다. 1999년 인천제철소 시절만 해도 연구개발비가 40억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일원이 된 2007년(113억원)부터 1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기 시작했고, 2014년(1070억원)에는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이에 현대제철의 공격적 연구개발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해당 비용이 3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올해 철강 시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지속성장이 가능한 철강사'라는 비전 아래 저탄소, 고부가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결과적으로 신규 수요 창출 및 고성능 신제품 양산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 수익성 개선 등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현대제철은 2050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을 위해 2030년까지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할 방침이다. 하이큐브는 현대제철 고유의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 생산체제다. 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의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초고강도 강판, 핫스탬핑 부품, 연료전지 분리판, 액화천연가스(LNG)용 극저온강 등 미래 고객 관점에 맞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철강사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2050년 탄소중립 및 철강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미래 유망 기술에 대한 독점적 사용권을 선점하기 위한 지식재산권(IP) 확보 움직임도 분주하다. 올 상반기 보유한 IP는 총 2689건으로, 이 가운데 75.6%인 특허권은 2032건이다. IP 대부분은 철강 제품과 제조 공정, 설비와 관련된 것이다. 같은 기간 상표권은 24.4%로 657건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