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지난 5일 서울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에서 내려 5분쯤 걷자 오피스 건물이 즐비한 마곡산업단지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는 건축물이 위용을 드러냈다. 타이어 트레드(Tread·지면과 닿는 미세한 틈)를 형상화 한 디자인과 육중한 외형이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했다. 

넥센타이어의 R&D(연구개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넥센유니버시티'가 그 주인공.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아 공사비 1656억원을 투입해 2019년 3월 완공한 넥센유니버시티는 현재 500여명의 넥센타이어 임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도입…AI 활용 타이어 성능 예측

최신 시설을 갖춘 넥센유니버시티는 미국, 독일, 중국에 마련된 R&D 시설을 잇는 허브로서 고품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해 신패턴, 신소재 등을 만든다. 구체적으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Driving Simulator)라는 가상현실 장비를 도입해 AI로 타이어의 성능을 예측하는 연구가 이뤄진다. 

영국의 장비 제작사인 '앤서블 모션(Ansible motion)'과의 파트너십 통해 들여온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가상의 타이어를 실제 차량에서 평가하는 것과 동일한 환경으로 연출해주는 첨단 장비다. 한정된 공간에서 차선 변경, 코너링 및 다양한 노면에서 실제 주행과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넥센타이어는 기존의 AI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XAI(eXplainable AI)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XAI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결과를 분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로 기본 설계, 설계 변수, 성능 기여도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아 타이어 개발자가 요구하는 성능에 부합하는 최적의 구조와 설계를 제안한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몰드(타이어를 찍어내는 틀) 제작도 이뤄진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기존 방식 보다 몰드 제작 기간을 70% 이상 단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작비도 50% 이상 절감할 수 있어 개발 초기 단계부터 비용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자체 아이디어를 추가로 적용한 3D 프린팅 기술로 국내와 해외에 특허를 출원했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타이어 상품성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마모 성능과 소음 저감 기술 등에 특화된 전기차(EV) 타이어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충족하기 친환경 제품 개발도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에는 그린 타이어 제조 방법(2023년 3월)을 비롯해 ▲물튀김 저감 타이어(2023년 5월) ▲전기를 이용한 흡음 타이어(2023년 9월) ▲타이어 내구성 향상을 위한 신구조 벨트 엣지(2023년 11월) 등의 성과를 도출했다.

◆ 오피스 타운 속 힐링 공간…"재밌는 환경 속에서 연구 집중"

넥센유니버시티는 미래 타이어 요람에 걸맞게 다양한 부가시설도 갖추고 있다. 넥센유니버시티 정문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 설치된 미디어 월(MIDEA WALL)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로 30m, 세로 7m 크기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도전, 창의, 협력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영상이 선명한 화질로 상영된다. 

특히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인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의 대표작들이 펼쳐질 때면 미술관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넥센타이어의 자랑인 스포츠 마케팅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넥센타이어가 2015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잉글랜드 EPL(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를 비롯해 넥센히어로즈(현 키움히어로즈)의 유니폼 등이 전시돼 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축구, 야구 외에도 골프, 모터스포츠, 스노우 보드 등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전 세계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글로벌 축구클럽 후원을 통해 상당한 홍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 룸과 테라스까지 갖춘 구내식당(Garden Market)에서는 아침·점심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저녁 식사도 단돈 2200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 직원들의 출출함을 달래 줄 공간도 조성돼 있다. 한켠에는 '한강라면'을 제조해 주는 기계와 스낵, 음료수 자판기가 들어서 있는 휴게공간이 꾸려져 있다. 레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기와 다트, 당구대 등 오락시설도 눈길을 끌었다.

넥센유니버시티에서는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자연과 함께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중앙정원에는 녹색의 푸르른 잔디가 깔려 있어 근무로 지친 몸과 정신을 다시금 가다듬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트레이너로부터 무료로 강습을 받을 수 있고,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는 보건실에서는 각종 상비약을 얻어 복용할 수 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중정에서는 유명 가수를 초청해 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임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1박2일 캠핑데이가 열리기도 한다"며 "이는 임직원들이 보다 재밌는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