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오는 9일로 예정된 에코비트 본입찰 일정이 미뤄지거나 잠정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하는 네 곳의 원매자 중 세 곳이 외국 자본을 거느린 투자회사인 탓에 원매자 태영그룹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사모펀드(PEF)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의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를 매각하기 위해 씨티글로벌그룹마켓증권과 UBS를 주간사로 선정하고 9일로 예정된 본입찰을 준비 중이다.

숏리스트에 선정된 회사는 총 4곳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싱가포르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 홍콩 거캐피탈파트너스, 칼라일그룹이 선정된 가운데 입찰 전 마지막으로 각자의 전략을 점검 중이다.

자금력 측면에서 앞서는 건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케펠인프라), 홍콩 거캐피탈파트너스(거캐피탈), 칼라일그룹(칼라일) 등 외국계 PE다. 케펠인프라는 싱가포르의 양대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테마섹(Temasek)을 등에 업고 있다. 두 펀드의 운용자산(AUM)을 합치면 2000조원이 넘어갈 정도로 압도적인 자금력을 자랑한다.

이번 인수전에서 케펠인프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칼라일은 운용자산 8조원 규모의 아시아파트너스 6호와 인프라펀드를 동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캐피탈 역시 AUM 50억원 규모의 중국계 운용사다.

유일한 국내 운용사로 구성된 IMM PE·IMM인베스트먼트컨소시엄(IMM컨소시엄)은 자금력에서 밀릴 것으로 점쳐진다. IMM PE가 드라이파우더 2000억원이 남은 로즈골드5호 펀드를, IMM인베스트먼트가 AUM 6800억원의 인프라펀드 9호를 동원한다. 아울러 오는 9월 1조3000억원을 목표로 결성 중인 인프라펀드 10호의 동원 가능성도 거론된다.

숏리스트가 정해지고 본입찰이 가까워지며 매도자인 태영그룹과 채권단은 IMM컨소시엄이 국내 운용사 중 유일하게 숏리스트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점유율 최상위권을 자랑하는 에코비트 같은 대형 인프라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급기야 이른 시일 내에 매각을 전격 중단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러한 관측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경쟁입찰은 결국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원매자에 우선협상권이 돌아가는 게 시장의 순리라는 것과 국민 정서를 의식하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2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사 결과 기업가치가 1조원 후반대에 머물러 시장과 태영그룹 사이의 희망가격에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에코비트는 수처리 매출비중이 높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의 절반 이상을 폐기물매립 사업에서 창출하고 있다"며 "매립 잔존용량이 이미 일정 수준 소진돼 이에 따른 공정가치 산정을 진행하면 원하는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매각 관련 의사결정은 주간사에서 담당하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에코비트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2021년 6117억, 2022년 6427억, 2023년 6744억원으로 매년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회사의 EBITDA는 2008억원이며 여기에 10~15배의 멀티플을 적용하면 회사의 몸값은 2조~3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