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야놀자가 지난 4월 큐텐(Qoo 10)에 판매한 인터파크커머스의 매각금 행방이 묘연한다. 지분을 매각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잔금을 받지 못해서다. 일각에선 큐텐이 지분 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놀자 측은 계약 내용과 관련해선 밝힐 수 없지만 매매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26일 야놀자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대금 관련 미수금은 1656억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올 4월 야놀자는 큐텐에 인터파크커머스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1871억원이다. 대금 지급일을 비롯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인터파크에서 쇼핑·도서 부문만 물적 분할해 설립한 커머스 전문 플랫폼이다. 야놀자는 2021년 인터파크의 여행·공연·쇼핑·도서 부문 사업 지분 70%를 2940억원에 인수한 후 쇼핑·도서 부문 매각을 추진했다. 여행·숙박 사업을 주력하는 하는 야놀자와 사업연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올 3월 쇼핑·도서 부문이 들어간 인터파크커머스를 새로 설립하고 이를 곧바로 큐텐에 매각했다.

큐텐은 지마켓을 설립한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창업한 회사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직구 사업을 영위 중이다. 작년 9월 티몬을 시작으로 올 4월 위메프까지 사들이면서 이커머스 사업 덩치를 키우고 있다. 큐텐은 이 회사의 물류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가 보유한 물류 거점을 활용해 국내 오픈마켓 및 해외직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것 역시 이 같은 사업 확장의 일환이었다.

문제는 큐텐이 인터파크커머스를 운영 중인데도 인수 대금 지불을 완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주식 양수도 대금은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구성된다. 현재 야놀자가 큐텐으로부터 받은 매각금이 총 매각금(1871억원) 가운데 12.5%인 것을 감안하면 큐텐이 계약금만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파크커머스를 사들인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중도금과 잔금은 치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큐텐이 지급해야 할 매각금은 올 상반기와 비교해 늘어났다. 실제 올 3분기 야놀자가 큐텐에 지급해야 할 매각금(1656억원)은 6월 말(1637억원)과 비교해 1.2% 증가했다. 시장에서 큐텐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야놀자와 큐텐의 주식매매계약이 지분교환 방식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야놀자가 미수금과 관련해 큐텐 주식을 담보로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야놀자의 자회사인 인터파크트리플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큐익스프레스와 인터파크커머스의 주식을 담보로 설정했다. 담보설정금액은 2280억원으로 매각 미수금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앞서 큐텐은 티몬을 인수할 당시에도 티몬 지분 100%를 큐익스프레스 지분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대금 지급일에 대해 섣불리 말하긴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계약체결 후 6개월 안팎으로 잔금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금 지급일의 경우 진행 상황에 따라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충분히 변경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큐텐이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후 큐텐 뿐 아니라 위메프, 티몬과도 사업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며 "매각 관련해선 당사자 간 사안이라 알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다"고 전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계약 사항이라 공개하기 어렵지만 이슈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짧게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