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까지 파놓은 고난이도의 퀴즈를 낸 이유는 이렇다. 서울 G20 정상회의 유치의 의미와 그 경제 효과를 다룬 기사가 2010년 초부터 쏟아졌다. 특히 경제 효과를 다룬 내용이 눈에 띈다. 한 민간연구소는 21조원대에서 24조원대로, 한국무역협회는 무려 31조원 이상으로 잡았다. 그 근거로 정상들이 서울에 와서 쓰는 돈과 국가 인지도 제고에 따른 해외자금 조달비용 감소를 들었다. 불과 이틀만 열리는 국제행사치고는 상당한 효과다. 행사비용은 총 1536억원이 소요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그런데 이후 분석 보고서가 없다. 정상들과 그 수행단이 서울에 와서 얼마를 썼는지, 실제로 해외자금 조달비용이 줄었는지 추적하는 보고서 한 장이 없다. 처음부터 추적할 방법보다 추적할 의지가 없지 않았을까. 게다가 2011년 프랑스 칸에 이어 2012년 멕시코 로스카보스, 201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2014년 호주 브리즈번 등 매년 G20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사람은 G20 회원국이 돌아가며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간파했겠다. 과연 개최국 모두 수십조원의 경제 효과를 누렸을까.

최근 우리나라는 2030 세계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에 완패했다. 과거 대전, 여수에서 개최된 엑스포는 인정박람회이고 부산에 유치하려고 했던 엑스포는 훨씬 규모가 큰 등록박람회다. 박람회 기간도 단 이틀만 열리는 정상회의와 달리 수개월이다. 정상회의처럼 대충 때려잡은 무형의 효과가 아닌 유형의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에도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생산유발 43조원, 부가가치 18조원, 고용창출 50만명으로 부산엑스포의 효과를 추산했다. 부산 입장에서는 가슴 뛰는 숫자다.

이러한 엑스포와 달리 올림픽은 적자 국제행사라는 이미지로 각국이 유치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사후 시설 활용도가 떨어져 더 외면받고 있다. 월드컵도 흥행에 비해 손익계산서 논란이 있다. 개최국은 지지율이 떨어질까봐 흑자라고 주장하지만 한쪽에서는 계속 사실상 적자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 국제행사가 국내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국제행사는 엑스포 정도다. 유치에 실패했으니 한 발 물러서서 계산기를 다시 두들겨볼 여유를 갖게 됐다.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사후 시설 활용도를 면밀하게 검토해보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로 곤욕을 치렀던 만큼 배후 기반시설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충분히 검토해봤다'고 해도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 역대 정부의 일방적 팡파르에 한두 번 속아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