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단 한번의 스윙으로 경기를, 우승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홈런 한방은 야구장을 열광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어 일명 '축포'라고 불리기도 한다.

홈런타자가 다른 타자보다 삼진 아웃이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안타가 승리에 더 큰 역할을 함에도 팬들은 여전히 극적인 홈런을 더 선호하곤 한다.

홈런만 선호하는 것은 제약바이오 시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국산신약 탄생을 앞두고도 경기를 역전할 수 있는 '만루홈런'이 아니란 이유로 지나친 혹평을 받고 있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으로부터 유망한 후보물질을 들여와 이를 얀센에 기술수출한 한국형 오픈 이노베이션 신약개발의 첫 결실이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23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산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임상3상 결과가 발표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임상은 성공했다.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 임상(MARIPOSA1) 결과 무진행생존기간(mPFS) 중앙값이 23.7개월로 경쟁약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16.6개월을 넘어섰다.

무진행생존기간은 환자가 약을 투여한 후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을 뜻한다. 즉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병용 투여한 환자가 타그리소를 투여한 환자보다 7개월 가량 암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소식임에도 유한양행의 주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해당 내용이 담긴 임상 초록이 공개된 지난 18일 유한양행의 주가는 전일 대비 17.45% 감소한 6만1500원을 기록했다. 경쟁약인 타그리소와 화학 항암제간 병용임상의 mPFS가 25.5개월~29.4개월을 기록했는데 이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은 동일한 임상이 아니더라도 경쟁사를 압살할 수준의 데이터를 원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임상에서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애당초 타그리소 단독요법과의 직접 비교(헤드투헤드)를 해보는 것이지 타그리소와 화학항암제 병용 임상과 경쟁하기 위함이 아니다.

전문가들 역시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과 타그리소.화학항암제 병용 간의 헤드투헤드(Head to Head) 임상을 하지 않고 별개로 진행된 임상 결과 수치를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전체 생존기간(OS)이라는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아직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렉라자의 글로벌 판권을 갖고 있는 얀센이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미국과 유럽에서 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 신청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성공적인 임상결과에 따른 것이다.

득점을 내는 방법에는 홈런 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순간의 적시타는 결승타가 되기도 한다.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타석도 끝나지 않았다. 유한양행과 얀센이 적시타의 기회를 어떻게 살릴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