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유한양행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을 주도한 한 국내 교수가 사적으로 기자설명회를 개최하며 시장에서의 부정적인 평가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오히려 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전체 생존기간(OS)만 입증된다면 글로벌 표준치료제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조병철 신촌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장은 27일 오전 11시30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2층 K룸에서 기자 대상 설명회를 열고 "최근 유럽 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된 렉라자 병용 임상인 마리포사에서는 아주 긍정적인 수준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조 센터장은 먼저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임상(MARIPOSA1) 결과 무진행생존기간(mPFS) 중앙값이 23.7개월로 경쟁약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16.6개월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무진행생존기간은 환자가 약을 투여한 후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을 뜻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해당 수치보다 경쟁약인 타그리소와 화학 항암제간의 병용임상(FLAURA2)에서의 mPFS(25.5개월~29.4개월)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한때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시 mPFS가 30개월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었던 만큼 시장에서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하지만 조 센터장은 "임상설계 상 렉라자 병용임상과 타그리소 병용임상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작용기전과 임상 과정에서의 반응 평가 방법 등 설계 자체가 다른 만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마리포사의 경우 매 8주마다 모든 환자 뇌 MRI를 찍어 반응을 평가했지만 FLAURA2 연구에선 전이가 확인된 환자에 한해 필요에 따라 뇌 MRI로 반응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복부와 흉부 CT도 마찬가지다. MARIPOSA 연구는 매 8주마다 이상반응 등을 확인한 반면, FLAURA2 연구에서는 처음 두 번은 6주마다, 이후에는 12주마다 CT 촬영을 했다. 첫 30개월 기준으로 마리포사 연구는 환자당 5번 더 많은 CT를 촬영한 셈이다.

이 때문에 조 센터장은 두 임상을 비교하는 것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설계가 돼 있는데 이를 마치 같은 설계인 것처럼 비교해서는 안된다"며 "MRI와 CT를 더 자주 찍은만큼 질병진행을 더 빨리 발견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렉라자 병용임상 mPFS가 더 짧게 나오는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MRI와 CT의 횟수를 타그리소 병용요법 기준과 동일하게 맞췄을 때 렉라자 병용요법의 mPFS는 27.5개월도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도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병용요법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올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OS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2차 무진행생존률(PFS2)를 고려할 때 (렉라자 병용요법은) 희망적"이라며 "반면 타그리소 병용요법 임상에선 OS 개선 경향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