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린나이코리아의 현금창출력이 크게 떨어졌다. 린나이코리아는 일본 린나이(Rinnai Corporation)의 한국법인이다. 이 회사는 작년 비대해진 재고 부담과 함께 순이익 감소 여파 등이 겹치며 영업현금창출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린나이코리아가 둔화된 현금창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특히 판매채널 다각화를 통한 기민한 재고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린나이코리아의 작년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9억원으로 3년 만에 음수로 전환됐다. 특히 2021년 영업현금이 168억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177억원의 낙폭을 보이며 급격히 위축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재원으로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핵심지표 중 하나다.

시장에선 이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된 건 재고부담 확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린나이코리아의 작년 연결 재고자산은 495억원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비대해졌다. 작년과 비교해도 30.6%나 늘어나며 현금흐름을 갉아먹었다. 특히 작년의 경우 원재료 재고는 전년 대비 2.1% 늘어난 92억원에 그쳤지만 상품 및 제품 재고가 31.2%나 확대된 319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재고자산이 늘면서 이 회사의 운전자본 역시 2021년 285억원에서 작년 491억원으로 72.3%나 부담이 커졌다. 

린나이코리아의 재고 부담 확대는 치열해진 보일러시장 경쟁과 더불어 건설경기 불황 등과 무관치 않다. 먼저 린나이코리아의 주력사업인 보일러업계는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과거 국내 보일러시장은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린나이코리아의 3파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4위권이었던 대성쎌틱에너시스가 2021년 롯데보일러가 사업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산하 대리점들을 흡수하면서 상위권업체들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0% 남짓이었던 대성쎌틱에너시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현재 10% 중후반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경기 불황도 직격탄이 됐다. 신축 물량이 줄면서 린나이코리아의 건설형공사계약에도 차질이 생긴 것. 실제 린나이코리아의 최근 5년간 건설형공사 계약잔액을 보면 2018년 84억원에서 작년 9억원으로 89%나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당분간 건설경기 회복이 요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향후 신규계약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러한 대외경기 악화는 판매 위축과 함께 재고를 떨어내지 못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장의 분석이다.  

나아가 작년 순이익까지 줄면서 현금흐름이 더욱 안좋아졌다. 린나이코리아의 작년 연결 순이익은 59억원에 그치며 전년 85억원 대비 30.6%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5억원에서 66억원으로 30억원 가까이 줄었고, 엔화가치 하락이 지속되며 영업외비용 중 외환차손이 1억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된 탓이다. 

현금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 역시 동반 감소했다. 린나이코리아의 작년 연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19억원으로 2021년 455억원과 비교하면 29.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한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에도 전통적인 내구재 제조기업들은 그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소비재 우선으로 회복이 진행되면서 획기적인 판매 확대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럼에도 린나이코리아의 경우 안정적인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경로 다각화 등을 통한 기민한 재고관리 노력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린나이코리아 관계자는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위해)향후 유통판매에 대한 방향성을 넓힐 계획"이라며 "기존의 대리점 판매 중심에서 쿠팡 등을 활용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하반기 중에는 획기적인 기능을 추기한 신제품 출시도 예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