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국내 시리얼 제조 업체이자 코넥스 상장기업인 '씨알푸드'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몸값을 대폭 낮춰 신규 펀딩을 추진한다. 회사가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위기에 놓이게 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금을 급히 조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씨알푸드는 현재 펀드레이징을 위해 국내 벤처캐피탈 등 다수 기관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다. 씨알푸드는 지난 2007년 9월 설립된 시리얼 제조사다.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인 이상범 대표가 창업했다. 이 대표는 1988년부터 신보창업투자에서 재직했으며 2000년 다산벤처(현 한국벤처투자)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번 펀딩은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형태로 추진된다. 씨알푸드의 조달 희망 규모는 수십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금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주발행 규모를 발행주식 총수 30%에서 50%로 늘리는 선행작업을 단행했다. 씨알푸드의 시가총액은 금일 종가 기준 79억원이다. 회사는 2017년 12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다.
씨알푸드는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7% 늘은 184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37억원에 불과했다. 유형자산손상차손 등이 반영된 탓이다. 이 여파로 회사 자본총계는 17억원으로 감소했다. 자본금이 12억원인 만큼 5억원 이상 적자가 나면 자본잠식에 접어든다. 회사는 올해 5월 누적 기준 당기순손실 2억원을 기록했다.
급한 불을 끄는 만큼 이번 펀딩은 기업가치를 낮춰 투자를 유치하는 '다운라운드(Down Round)'로 진행된다. 씨알푸드가 마지막으로 신주 투자를 유치한 2018년 회사의 투자 전 기업가치는 300억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에이션이 5년 만에 4분의 1토막 난 셈이다.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한 만큼 자금 조달에 앞서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다수 벤처캐피탈이 씨알푸드 지분 45% 이상을 들고 있다.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가 가장 많은 지분(17.1%)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6억원을 투자해 구주 보통주 40만주를 매입했다. 투자에 활용된 펀드 만기가 임박하자 삼호그린인베스트는 2017년 31억원을 들여 지분 전량을 세컨더리 펀드에 옮겨 담았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고유계정(PI)을 활용해 2015년 약 6억원을 집행, 구주 보통주 40만주를 취득했다. 2018년 22만5000주를 매도해 18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지분율은 7.4%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잔인베스트먼트도 펀드를 활용해 2018년 30억원을 투자, RCPS 신주 20만주를 담았다. 운용사는 2020년 풋옵션을 행사해 2만3121주를 약 4억원에 매도했다. 현재 지분율은 7.6%다.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가 주축출자자(앵커LP)를 맡은 펀드의 자금도 투입됐다. 이앤인베스트먼트는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22억원을 들여 씨알푸드의 신주 보통주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23만8020주를 매입했다. 2019년 4만주를 매도해 약 3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지분율은 7.9%다. 포스코기술투자는 2018년 10억원을 투자해 구주 보통주 12만5000주(5.3%)를 매입했고 현재 이 지분 전량을 들고 있다.
씨알푸드는 올 들어 영업실적이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올 5월까지 누적 매출 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약 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사는 향후 프리바이오틱스 시리얼 등 신제품을 통해 매출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씨알푸드 관계자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하고 자금조달의 범위를 확장했다"며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