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일본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출격을 앞두고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간발의 차이로 상장 스케줄이 늦어지면서 '국내 최초의 일본 반도체 ETF' 타이틀을 한화자산운용에 내주게 되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본 법인에 관련 ETF를 운용 중 임에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일본 반도체 ETF를 먼저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는 19일 '미래에셋TIGER일본반도체FACTSET ETF'를 유가증가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해당 ETF는 미국 금융정보업체인 팩트셋의 'FactSet Japan Semiconductor'(팩트셋 일본 반도체) 지수를 벤치마크(BM)로 삼아 일본의 반도체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매출의 25% 이상을 반도체 제조 및 장치 관련 산업(FactSet RBICS 기준)에서 창출하는 기업이 해당된다.

국내에서 일본 반도체를 테마로 한 ETF의 등장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31일 한화자산운용은 일본 반도체 ETF인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를 선보였다. 해당 ETF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근간이 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의 ETF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운용사들이 일본 반도체 산업에 주목하는 건 국제 정세와 맞물려 수혜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설립 중이다. 또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으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일본은 '반도체 요새'로 꼽히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일본 반도체 ETF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신규 테마형 ETF는 경쟁사간 한날 한시에 선보이거나 수개월의 격차를 두고 출시가 이뤄지는 편이다. 일례로 지난 2021년 메타버스 열풍이 불었을 당시 운용사 4곳(삼성·미래에셋·KB·NH아문디)이 동시다발적으로 관련 ETF를 내놨다.

하지만 이번 일본 테마형 ETF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의 출시일 격차가 20여일에 불과하다. 3년 뒤 론칭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TIGER ETF' 발자취에서 최초 타이틀의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미 해외법인을 통해 일본 반도체 ETF를 운용 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일본법인(글로벌X재팬)은 지난 2021년 '글로벌X재팬세미컨덕터 ETF'(Global X Japan Semiconductor ETF)를 동경거래소에 선보였다. 이달 선보일 '미래에셋TIGER일본반도체FACTSET ETF' 역시 해당 ETF를 기반으로 설계가 이뤄졌다. 이미 추종할 지수와 운용전략 등이 마련된 만큼 한화자산운용 보다 앞서 선보일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던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가 운용사의 경쟁력을 가르는 잣대처럼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초' 타이틀이 가진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경쟁사 보다 먼저 투자자들을 만나게 된 만큼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 해당 운용사의 히스토리로 남게 돼 결국엔 하우스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